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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모로코…뒤늦은 '자스민 혁명' 물결 일어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아프리카 대륙 최북단에 위치한 왕정국가 모로코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2011년, MENA(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을 휩쓴 '자스민 혁명'도 비켜갔던 이곳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왕정을 부정하는 '리프 공화국(Rif Republic, Rif는 모로코 북부지역 산맥)' 깃발도 집회현장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사진 알자지라 방송]

[사진 알자지라 방송]

무함마드 6세 모로코 국왕.

무함마드 6세 모로코 국왕.

모로코는 여전히 왕의 영향력이 막강한 입헌군주제 국가로, 무함마드 6세(사진)는 1999년 즉위 이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즉위 이후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개발 추진 등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워 2010년 말부터 불거진 자스민 혁명 당시에도 별다른 반정부 시위 없이 무함마드 6세는 무난하게 통치력을 발휘했다. 인접국가에선 청년층이 민주화 시위에 적극 참여했는데, 당시 모로코의 청년층을 비롯해 국민 대부분은 여전히 국왕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다. 때문에 당시 혁명 발생 국가에 체류 또는 거주중인 한국 교민들을 필요한 경우 모로코로 소거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 생선장수의 죽음은 모로코의 반정부 시위에 불을 지폈다. 외부의 민주화 물결에 요동하지 않던 모로코였지만, 내부에서의 사건이 시위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지난해 10월, 모로코 북부의 알호세이마 지역에서 생선장수 청년 무흐친 피크리가 당국의 물품 압수에 항의하다 끔찍하게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국자는 "어종 보호를 이유로 판매가 금지됐다"며 피크리가 팔던 황새치를 쓰레기 분쇄차량에 쏟아부었는데, 이를 건지려던 피크리가 분쇄기에 몸이 끼어 숨진 것이다. 당국자와 피크리의 실랑이 장면부터 그가 숨지는 순간까지, 당시의 순간이 영상과 사진으로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고, 지역 주민들은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 알자지라 방송]

[사진 알자지라 방송]

모로코 정부가 피크리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약속하면서 사태는 진화되는듯 싶었지만 정부의 약속과 달리 수사는 미진했고, 왕정의 통제를 받는 언론들은 이 사건에 함구하면서 시위는 다시 규모가 커졌다. 이후 시위의 규모는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며 더욱 커졌고, 최근엔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정부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참가자들을 무더기로 체포·구금하면서 더 큰 반발을 불렀다. 시위 참가자들은 "우리도 활동가다" "전부 다 잡아가라" 등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시위에 나섰다. 이 밖에도 시위 참가자들은 자유, 존엄성, 사회 정의 등을 구호로 내세우며 세를 불렸고,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리프 공화국의 깃발이 시위 현장에서 목격되기 시작했다.

리프 공화국은 모로코 북부 지역에 기반해 1921년 9월, 독립선언과 함께 수립됐다가 5년 후인 1926년 5월 없어진 국가로, 당시 아프리카 대륙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스페인·프랑스 등 서방국가와의 전쟁 끝에 폐망하고 말았다.

모로코 정부가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현지 언론도 보도를 삼가면서 정확히 몇명이 체포된 상태인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에 국제앰네스티와 국경없는 기자회 등은 모로코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과 강경 진압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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