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프리미엄 TV 시장은 내가 1위" 삼성전자와 소니의 신경전의 배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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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프리미엄 TV의 기준을 특정 가격으로 잡아 생긴 통계 왜곡이다.” (삼성전자 관계자)
“몇 년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에 집중한 결과다.” (소니 관계자)

1분기 시장점유율 통계 놓고 두 회사 신경전 #"프리미엄 TV 기준, 가격이냐 사이즈냐" 논란 #삼성 "60인치 이상, UHD 시장서 압도적 1위" #소니 "프리미엄 TV에 집중한 결실 거두는 것"

프리미엄 TV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삼성전자와 소니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최근 발표된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의 1분기 TV 시장 점유율 통계다. 이 기간 1500달러(170만원) 이상 TV 시장에서 소니의 점유율이 39%로 뛰어오르며 삼성전자(13.2%)는 물론 LG전자(35.8%)까지 제쳤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같은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39.5%)이 LG전자(17.7%)와 소니(17.5%)를 합한 것보다 높았다. 불과 1년 사이 순위가 크게 뒤바뀌었단 얘기다.

전체 TV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위상이 확고하다. 금액 기준(28%)으로나 수량 기준(21.6%)으로 2위 LG전자의 점유율(각각 14.4%, 13%)을 크게 뛰어넘었다. 소니는 금액 기준 시장 점유율이 7.8%, 수량 기준 점유율이 4.7%로 각각 3위, 5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TV 시장의 진짜 승자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결론 난다는 것이 업계 불문율이다. TCLㆍ하이센스ㆍ하이얼 같은 중국 업체들의 난립으로 중저가 TV는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시장이 됐다. 영업이익을 위해서나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서나 프리미엄 TV 시장을 장악해야 진짜 남는 장사가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프리미엄 TV 시장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는 것. 삼성전자는 이 기준이 해상도 또는 화면 크기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패널 기술이 발달하면서 고화질 대형 TV의 가격은 지속해서 떨어졌다”며 “60인치 이상 TV나 UHD 이상 화질의 TV를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압도적 1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LG전자나 소니 등은 “프리미엄 TV 기준은 가격으로 따지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LG전자의 경우 고가인 올레드(OLEDㆍ유기발광다이오드) TV에 주력하다보니 프리미엄 라인의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2014년 이후 TV 사업의 구조조정을 강행한 소니도 프리미엄 TV에만 집중하며 평균 판매 가격을 2014년 5만7000엔(59만원)에서 2017년 6만7000엔(69만원)으로 높였다. 지난 4월엔 올레드 TV를 출시하며 전반적 가격대를 한층 더 끌어올리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레드 TV 수요가 늘어야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패널 생산 단가가 떨어지고 LG전자도 올레드 TV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LG전자로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소니가 선전하는 것을 내심 응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리미엄 TV 시장의 진짜 승자는 2분기 통계에 분명히 드러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세 회사의 신제품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깔린 시점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의 경우 각 업체가 유통시장의 재고를 줄이는 데 집중하느라 제품 단가가 크게 떨어졌고, 이 때문에 가격 기준 통계가 다소 왜곡됐을 수 있다”며 “2분기 시장 흐름을 보면 삼성전자의 신제품 QLED TV와 LG전자·소니의 올레드 TV 중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았는지가 정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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