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번복 땐 트럼프에 주한미군 철수 구실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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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사드기지 미사일 발사대 주변에 8일 고기동성 대형 전술트럭(Hemtt)이 배치돼 있고 주변에 주한미군 병력이 보인다. [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사드기지 미사일 발사대 주변에 8일 고기동성 대형 전술트럭(Hemtt)이 배치돼 있고 주변에 주한미군 병력이 보인다. [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적정하게 진행하기로 한 가운데 만약 사드 배치 결정이 번복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한반도 전문가 스나이너 '포브스' 기고문서 주장 #"북 미사일 상황에서 주한미군 지원에 대한 여론 악화" #중국의 '사드 보복' 거론하며 "더 큰 압력 초래" 지적도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12일(현지시간)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공개한 ‘한국의 사드 배치 중지는 숨은 위험을 동반한다’는 기고문에서 이같이 말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는 지난 (박근혜) 정권 하에서 사드 배치 결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졌다고 비판해왔기에 결정 과정 재검토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이것이 사드 배치 자체를 철회하는 식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지난 8일 발사한 신형 지대함 미사일과 같은 형태인 함대함 미사일을 2015년2월8일 동해의 함정에서 발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이 지난 8일 발사한 신형 지대함 미사일과 같은 형태인 함대함 미사일을 2015년2월8일 동해의 함정에서 발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특히 문재인 정부가 사드 환경평가 재실시를 결정하자마자 북한이 지난 8일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거론하면서 “한국 정부가 미군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막는다는 인식이 형성된다면 주한미군 지원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급속히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또한 사드 배치 결정 번복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사드 보복’ 수준의 경제적 압밥을 가한 중국이 한국의 대북 방어 조치에 불만이 있을 때마다 더 강한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한국의 미사일 방어 노력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 진전을 저지하기에는 너무 느리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사드 배치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 무산은 한미 동맹의 걸림돌이 될 것이며 북한과 중국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것”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이달 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조언도 곁들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전략을 재정립하는 동시에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한국의 취약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NYT "한국, 미·중 사이에서 곤혹…미, 지나친 푸시 삼가야"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같은 날 사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사드 행보를 두둔하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NYT는 “문 대통령은 옆집의 독재자에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협공받는(pincered) 처지”라면서 사드 배치에 대한 환경평가 실시도 이런 곤혹스러운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의 미묘한 입장을 존중하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를 너무 강하게 ‘푸시’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지금 필요한 것은 대북 협상을 추구하는 문 대통령 뒤에서 한국과 미국, 중국이 단일대오를 갖추는 것“이라며 대북 공조 체제를 주문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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