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시민단체 '희망의 씨앗 기금' 출범... "젊은 세대에 위안부 역사 알리자"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젊은이들에게 위안부 역사의 진실을 올바르게 알리기 위한 '희망의 씨앗 기금'이 9일 도쿄에서 공식 출범했다.

'희망의 씨앗 기금' 대표를 맡은 양징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 공동대표 [사진 이정헌 도쿄 특파원]

'희망의 씨앗 기금' 대표를 맡은 양징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 공동대표 [사진 이정헌 도쿄 특파원]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희망의 씨앗 기금'은 지난해 6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한국 시민단체들이 설립한 '정의와 기억재단'과 협력하며 교육과 연수, 교류 사업 등을 추진하게 된다.

일본 젊은이들에게 위안부 진실 알리기 #"위안부 문제, 끝난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계승해야" #일본 젊은이들 한국 '공부 여행', 단기 유학 지원 #일본 위안부 관련 강좌에 교재 지원, 강사 파견

그동안 일본 내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온 양징자(梁澄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 공동대표가 기금 대표이사를 맡았다.

재일교포 2세인 양징자 대표는 이날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젊은이들은 위안부 문제를 한일간 마찰로만 보는 경우가 많고, 2015년 한·일 합의를 통해 끝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젊은이들의 비판이 특히 강하다"며 "이대로 가면 한·일 시민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두 나라의 미래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 일본 젊은이들이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배우고 한국 젊은이들이 한·일 합의에 대해 왜 분노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 젊은이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함께 배우고 얘기를 나누면서 결코 '끝난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계승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9일 도쿄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희망의 씨앗 기금'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이정헌 도쿄 특파원]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9일 도쿄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희망의 씨앗 기금'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이정헌 도쿄 특파원]

일본군 위안부 문제 웹사이트 'Fight for Justice'의 운영위원인 오카모토 유카(岡本有街) 이사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 사회 어른들의 역사인식이 다시 의문시되고 있다"며 "한·일 미래 세대의 교류가 심화되는 작은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 모금을 통해 조성되는 '희망의 씨앗 기금'은 해마다 두차례 여름·겨울방학을 이용해 일본 젊은이 10~15명 가량을 한국으로 보내는데 사용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 생생한 증언을 듣고 한국 젊은이들과 인식의 차이를 좁히도록 지원한다.

또 한국 위안부 지원재단에서 6개월 가량 인턴으로 활동하며 공부하는 단기 유학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대학과 시민단체 등이 마련하는 위안부 관련 강좌나 합숙 세미나에 교재를 지원하고 강사도 파견할 예정이다.

작가인 기타하라 미노리(北原みのり) 이사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원통함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피해에 대한 증언과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는 "희망의 씨앗 기금이 변화를 추구하지 않던 일본 사회의 틀을 바꿔 두 나라의 미래 세대가 함께 꽃을 피우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피해 당사자가 배제된 체 이뤄진 만큼 무효화하고 폐기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가해 책임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사죄, 배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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