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막판 메이 총리 "인권법 고쳐서라도 테러 방지" 노동당 코빈 "젊은층 투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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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실시되는 영국 총선을 앞두고 안보 무능론에 직면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인권법을 개정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보수당 승리를 위해 총선 투표를 코앞에 두고 던진 승부수다.

메이, 통행금지령 및 테러 용의자에 휴대전화 사용금지까지 검토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보수당 승리시 NHS에 재앙" 노동당 지지 #누구도 과반 못 얻는 '헝 의회' 현실화하면 브렉시트 약화 불가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총선을 영국 버크셔주 슬라우에서 연설하고 있다.[AP=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총선을 영국 버크셔주 슬라우에서 연설하고 있다.[AP=연합뉴스]

 메이 총리는 버크셔주 슬라우에서 열린 유세에서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기소는 어렵더라도 위협적이라고 판단되면 잠재적 테러범의 자유와 이주를 제한하고, 외국인 테러 용의자 추방을 더 용이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겠다"며 "인권법이 방해가 되면 법을 바꿔서라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통행금지령을 내리거나 테러 범행 소지가 있는 이들의 휴대전화나 인터넷 이용 등을 제한하는 방안을 도입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유럽인권보호조약에서 탈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의무에서 이탈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보수당 소식통은 전했다.
 올해 들어 영국에서 발생한 세 차례의 테러 모두 정보기관이 인지한 인물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메이 총리는 안보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당 소속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보수당이 승리하면 경찰인력 1만2800명이 추가 감원될 위험이 있다"고 공세를 폈다.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청년 누구도 홀로 남겨두지 않겠다”며 이번 선거의 관건으로 떠오른 젊은 층 투표율 높이기에 주력했다.
 코빈 대표는 중부 버밍엄 공원 유세에서 “청년들에 투자하는 건 우리 모두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향후 보수당 정부는 국가보건서비스(NHS)와 경찰 등 공공서비스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노동당 지지를 선언했다고 케임브리지 뉴스가 보도했다. 지난 7년 간 보수당 정부의 긴축 정책을 비판하며 NHS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노동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이 의석을 크게 늘리면 메이 총리는 강력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의석이 지금과 비슷한 수준에 그친다면 조기 총선이 무리수였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메이의 리더십은 상처를 입을 전망이다.

 보수당이 과반을 잃는다면 특정 정당이 책임 정치를 구현하기 힘든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현실화한다. 하드 브렉시트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노동당이 보수당에 육박하는 의석 수를 확보할 경우 메이의 총리직마저 불안해진다.

 노동당과 제3당이 예상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모두 유럽연합 단일시장의 권리를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노동당과 SNP는 연립정부 가능성은 배제했지만 사안별 정책 연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총선은 현지시간 8일 오후 10시까지 투표가 진행되며, 투표 마감 직후 출구조사가 발표될 예정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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