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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표' 법정다툼 6년 만에 상영관 승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짜 영화표 발매를 두고 영화제작사와 복합상영관 업체들이 벌인 손해배상 분쟁이 6년 만에 극장 측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영화제작사들, 복합상영관 3사 상대 손배소송 제기 #"상영업체의 무료영화표 때문에 제작사들 손해" #1심 제작사 손 들었지만 대법원은 '원고 패소' 결정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영화사봄 등 23개 영화 투자·제작사들이 “극장에서 발매한 무료초대권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며 메가박스·CJ CGV·롯데쇼핑(롯데시네마)·프리머스시네마(현재 CGV로 합병)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메가박스 동대구점 [중앙포토]

메가박스 동대구점 [중앙포토]

국내 상영관의 70% 이상을 점유한 대형 상영업체 3사는 관객 수 대비 1~3% 정도의 무료초대권을 발매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08년 2월 배급사와 사전 협의 없이 무료초대권을 발급해 배급사에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고 시정조치를 명령하자 상영업체들은 배급사와 매출의 7~10% 범위에서 무료초대권을 발매할 수 있도록 계약을 변경했다.

영화제작사들은 “무료초대권으로 인한 입장 수입 감소의 손해를 제작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2011년에 소송을 냈다. 전체 영화상영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복합상영관 측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배급사와 협의 없이 무료입장권을 발매해왔다는 것이다. 상영관 측은 무료입장권을 발급해 유료관객을 창출하고 영화 홍보를 할 수 있어 개별 영화들의 입장수입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메가박스 상영관 내부 [중앙포토]

메가박스 상영관 내부 [중앙포토]

1심 법원은 “영화상영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한 피고들은 배급사와 영화제작업자와 거래활동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판단된다”며 제작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상영관 업체들이 제작사들에 2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과 대법원은 제작자와 상영업체 사이에 아무런 계약 관계가 없어 ‘거래상대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제작사는 배급사와 계약하고, 배급사가 상영업체와 맺은 수익 배분계약에 따라 수익 일부를 배급사로부터 받는 지위에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영화제작사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아 영화를 제작하고, 제작된 영화는 배급사를 통해 상영관에 공급된다. 무료초대권을 발급하지 않았다면 유료 입장료 수익이 그만큼 더 발생했을 것이란 제작자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2심 법원은 “증명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화 무료관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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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송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수익 구조에서 비롯됐다. 대형 영화관들은 입장수익 외에 상영 전 광고와 식·음료 판매 등 부대시설을 활용해 수익을 낸다. 유료관객 수가 많지 않아도 유동인구가 많으면 이익이 나는 것이다. 반면 배급사나 제작사는 유료 관객이 줄어들면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재판부도 이런 점을 인정했지만 소송을 제기한 제작자들이 공정거래법상 거래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게 법원의 최종 판단이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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