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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89세 줄넘기 보급 선구자 이왈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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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줄넘기를 제대로 배운 사람치고 이왈규(89) 옹을 모른다면 그는 '가짜'다.

이 옹은 평생을 줄넘기 개발과 교육에 몸바쳐 온 우리나라 줄넘기 보급의 살아 있는 역사. 1942년 고향인 함경북도 청진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 착안한 '음악 줄넘기'는 30여 년의 교직생활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발전돼 국내에 선보이면서 전국으로 뻗어나갔다.

그가 만든 줄넘기는 무려 40여 종. 뛰는 방법도 400여 가지가 넘는다. 그가 길러낸 수제자(주로 체육 교사)가 3백여 명이니 명실공히 줄넘기를 국민 체육으로 만든 1등 공신인 셈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요즘 줄넘기를 하지 못한다. 지난해 점핑을 하다 허리가 삐끗해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시력이 약간 떨어진 것을 제외하곤 건강은 여전히 활기차다.

"이북에서 친구들 25명이 월남했는데 5, 6년 전에 모두 작고했지요. 평생 병원 신세 안 지고, 지금도 지하철 계단을 거뜬히 오르내릴 수 있으니 줄넘기 덕이 아니겠어요. 아직 엔진(심장)이나 바퀴(발) 모두 쓸 만은 해요."

이 옹은 168㎝의 키에 61㎏의 몸무게를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줄넘기 대신 빨리 걷기와 보건 체조로 대신하고, 밥공기의 80%만 먹는 소식, 1차로 끝내는 절주 습관이 요즘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 저녁 10시쯤 취침했다가 새벽 2시쯤 일어나 새벽까지 원고를 쓰거나 줄넘기 연구를 한다.

그는 줄넘기를 '3미(美) 다이어트'로 표현한다. 첫째는 모든 부위를 골고루 단련시킨다는 균정미(均整美). 매력적인 몸매를 만들어 주고 여성은 골반 기능이 강화된다. 특히 상하운동이 뼈의 골단 조직을 자극해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다.

둘째는 건강미. 근골격계가 단단해지고, 심장이 튼튼해지니 얼굴에 건강미가 넘친다.

셋째는 각선미다. 이 옹은 "발꿈치를 들고 뛰기 때문에 발목이 가늘어지는 효과가 무용을 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리듬과 타이밍 감각, 그리고 순발력을 부가적으로 얻는다.

그러나 그는 줄넘기에도 단점은 있다고 설명한다. 상하운동만 하게 되면 몸의 유연성이 떨어지므로 훌라후프로 이를 보완하라는 것.

그는 요즘 인생의 마지막 '역작'을 준비 중이다. 다름 아닌 '점핑 머신'을 만드는 것. 사람 대신 양쪽에서 줄을 잡아 돌려 주는 자동화된 줄넘기 기계다.

"여학생들이 많이 하는 고무줄 놀이는 줄넘기보다 더 좋은 운동이지요. 이를 부활하면 아이들뿐 아니라 고무줄 놀이 경험이 있는 중년 여성에게도 좋은 운동이 될 겁니다." 그는 4월 중 점핑 머신 시연회를 하고, 이를 '점프 마라톤'이라는 이름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고종관 기자

*** 바로잡습니다

2월 15일자 25면 '89세 줄넘기 보급 선구자 이왈규옹' 기사에서 이옹이 김옹으로 성이 잘못 나갔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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