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功虧一簣<공휴일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34호 29면

중국은 오는 가을 제19차 당 대회를 개최해 향후 5년 동안 중국공산당을 이끌 최고 지도부를 선출하는데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연임이 확실시된다. 자연히 중국에선 시진핑 띄우기가 한창이다. ‘시진핑 사상’ 배우기 등이 그런 예다. 한데 얼마 전 영국에선 중국 국방 분야의 두 전문가가 쓴 『시진핑 사상』이 책으로 나왔다. 시진핑 띄우기가 외국으로까지 확장 중인 셈이다. 재미있는 건 저자들의 시대 구분이다. 이들은 20세기 전반기를 ‘전쟁’과 ‘혁명’의 시대로, 20세기 후반은 ‘평화’와 ‘발전’의 시기로 나눴다. 그리고 21세기는 ‘개혁’과 ‘혁신’의 시대라고 말했다.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배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뒤로 밀리게 된다는 것(逆水行舟 不進則退)을 경고하고 있다.

‘새롭게 고친다’는 뜻의 개혁(改革)은 시진핑이 집권 기간 내내 부르짖고 있는 말이다. 개(改)는 사(巳)와 복(攵)으로 이루어진 글자다. 사(巳)는 파충류를 뜻하고 복(攵)은 손에 막대기를 들고 있는 모양이니 뱀 등 파충류를 몽둥이로 두들겨 없앰으로써 사람들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고친다’는 뜻이다. 혁(革)은 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리고 있는 짐승 가죽을 나타낸 것인데 몸통을 제거하고 남은 껍질은 본래 모양이 아니라는 데서 ‘바꾸다’ 등의 의미가 나왔다고 한다. 그러니 개혁은 고치고 바꾸는 것이다. 왜 고치고 바꾸나. 보다 나은 인간의 삶을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새 지도자가 등장할 때마다 ‘개혁’을 외친다.

우리 새 대통령 또한 적폐청산을 말한다. 쌓인 폐단을 깨끗하게 없애겠다, 즉 새롭게 고치고 바꾸겠다는 이야기다. 이게 성공하려면 공휴일궤(功虧一簣)란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휴(虧)는 이지러진다는 것이고 궤(簣)는 삼태기를 말한다. 삼태기 하나 때문에 공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아홉 길 산을 만드는 일(功)이 마지막 삼태기 하나가 부족해 어그러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개혁은 진중하고 또 끈기 있게 추진해야지 열심히 하다가 나중에 잠깐이라고 방심하고 소홀히 하면 일을 그르치는 법이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면 임기 마지막까지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로 꾸준하게 밀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