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위기…트럼프에 등 돌리는 세계 정상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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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Climate Change Accordㆍ이하 파리협약) 탈퇴를 1일(현지시간) 선언하자 세계 각국이 일제히 미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주요국 정상들은 물론 유엔과 유럽연합(EU) 등도 트럼프의 결정을 비판하는 입장을 연이어 내놨다.

트럼프 "파리기후협약 탈퇴하겠다" #세계 정상들 "큰 실수하는 것" 강력 비판

1일(현지시간) 오후 3시 30분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협약에서 탈퇴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1일(현지시간) 오후 3시 30분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협약에서 탈퇴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있자마자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이 협약에 무척 큰 정성을 들였던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다. 그간 트럼프 비판을 자제해왔던 그는 “트럼프는 미래를 거부하고 있다”며 강하게 날을 세웠다.

CNN 등에 따르면 오바마는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래를 거부한 극소수 국가에 합류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2015년 재임 당시 195개 국가가 참여한 파리협약을 이끌어내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실질적 리더였다.

그는 “파리협약에 남아있는 국가들은 고용과 산업적 측면에서 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미국이 그 전면에 있어야 했는데, 트럼프의 결정은 ‘미국 리더십의 부재’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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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정상들은 트럼프의 발표 후 곧바로 공동성명을 내 “파리협약은 재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파리협약은 국제적 협력의 주춧돌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할 수 있도록 개발도상국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며 미국 없이도 협약을 반드시 이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마크롱 트위터]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마크롱 트위터]

최근 스트롱맨 대항마로 나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특히 적극적으로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마크롱은 트럼프와 약 5분가량 통화하며 트럼프에게 ‘재협상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미국과 계속 협력하겠지만 기후 분야에서만큼은 재협상을 할 수 없을 것이란 뜻으로, 미국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

마크롱은 또 자국 국민을 향한 연설에서 “트럼프는 지구의 미래에 큰 실수를 저질렀다. 행성B가 없으므로 플랜B 또한 당연히 없다”며 협약 이행 의지를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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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이날 마크롱뿐 아니라 메르켈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과도 전화 통화를 해 협약 탈퇴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또한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은 탈퇴하지만) 미국 각 도시와 주 정부, 기업들은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다음 세대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건설하는 데 미국의 모든 부문이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 스캔들’과 ‘추가 대북 제재’로 미국과 더욱 껄끄러워진 러시아의 입장도 같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파리협약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밝혔다.

전세계가 미국에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1일 메르켈 총리와 독일 베를린에서 회담을 열고 파리협약 준수 의지를 확인했다. 그는 “중국은 파리협약을 이행할 것이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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