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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번 열고 닫고 1000번 돌리고...제품 극한체험 현장, LG전자 창원공장

중앙일보

입력

“철커철컥, 쿵쾅…”

지난달 31일 방문한 경남 창원 LG전자 창원 2공장은 내부가 소음으로 가득했다. 세탁기 문을 1만번 열고 닫는 동안 고장이 나는지 시험하는 소리였다. 한켠에서는 세탁기 진동체가 얼마나 견디는지 시험하기 위해 두껍고 무거운 고무, 모래포대도 넣어 아주 빠른 속도로 돌린다.

LG전자 직원들이 31일 창원2공장에서 제조된 건조기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LG전자 직원들이 31일 창원2공장에서 제조된 건조기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이 공장은 LG전자 연구원들이 직접 나서 제품을 '죽기 직전'까지 내모는 실험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류재철 LG전자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 전무는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을 안겨드리기 위해 지옥같은 실험을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세제 투입 시험, 도어 개폐 시험의 곁에서는 혹한기·혹서기 실험도 진행된다. 열대 지방의 고온이나 극지방의 강추위 환경에서도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다양한 실험을 하는 데에만 세탁기 신제품이 500대 이상 '희생'된다.

LG전자 직원들이 31일 창원2공장에서 트윈워시 하단에 위치하는 '미니워시'를 만들고 있다. [사진 LG전자]

LG전자 직원들이 31일 창원2공장에서 트윈워시 하단에 위치하는 '미니워시'를 만들고 있다. [사진 LG전자]

이런 과정을 거쳐 내구성과 상품성이 확보된 신제품은 양산 과정을 거친다. 여러 부품들을 레고 블록처럼 통합하고 표준화한 모듈러 디자인 덕분에 제품 생산 속도가 빨라져 평균 11초마다 1대씩 신제품이 생산된다. 모듈화된 부품은 여러 종류의 세탁기와 건조기 조립에 쓰일 수 있어 개발비와 부품비도 절감된다.

작업자들을 자세히 보니 손은 바삐 움직였지만, 발은 정위치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물류배송 로봇이 필요한 부품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작업자가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류 전무는 "허리를 굽히는 일도 작업자 몸에 부담을 준다고 해서 로봇이 부품을 올려 작업자 앞까지 갖다주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무인운반차, 지하터널, 천장레일로 부품들이 전달됐다. 이 공장의 자동화율은 60%대에 이른다. 'LG 세탁기의 요람'으로 1987년 문을 연 창원2공장은 첫해 세탁기 50만대 생산을 위해 지어졌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자동화 설비 덕분에 생산량이 12배나 늘어났다.

LG전자는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드럼세탁기 하단에 미니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한 ‘트롬 트윈워시’를 출시했다. 두개의 세탁기를 결합한 ‘트윈워시’는 나오자마자 한국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며 LG의 시그니처 제품이 됐다. 트윈워시는 LG 드럼세탁기를 구매하는 국내고객 2명 중 1명이 선택하고 있다. 지난해 40개국에서 올해 80개국으로 출시 국가를 늘려 올해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대비 25% 이상 증가한, 누적 30만대 돌파가 기대된다. 의류 관리기인 '스타일러'의 판매량도 올 들어 150% 늘었다. 류 전무는 "주부를 빨래라는 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노력이 트윈워시, 건조기, 스타일러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 빨래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빨래 접는 기계' 개발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별 기자 ahn.by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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