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은 검찰 독립에 힘실어 줄 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청와대가 검찰의 내부 감찰 기능을 법무부로 넘기는 방안을 또다시 언급함에 따라 검찰과의 갈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엊그제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외부 감찰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강금실 법무부 장관도 "감찰권의 법무부 이관은 미룰 수 없는 개혁 과제의 하나여서 올해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감찰 기능 이관 문제는 지난 3월 법무부의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처음 제기됐다. 사정(司正)기관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검찰에 대해서도 견제가 필요하고, 지금처럼 검사가 검사를 감찰하는 방식은 '제 식구 감싸기'에 치우칠 우려가 있어 외부 감찰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검찰도 감시와 견제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점에서 일응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일에는 순서가 있고 시기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검사와의 대화' 자리 등을 통해 검찰에 대한 통제 의사가 없음을 누차 천명해 왔다. 실제로 요즘 검찰은 윤창열 게이트에 연루된 여당 대표 및 현대 비자금사건 등 수사에서 과거와 달리 독립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검찰이 이처럼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는 때에 감찰권 이관 문제가 논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검찰의 독립을 이루기도 전에 그 독립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독립이 도를 넘어 그것이 독단으로나, 조직 이기주의로 흐를 경우 그때 가서 감찰권에 대해 논의해도 늦지 않다. 국민이 지금 검찰에 바라는 것은 과거와 같이 정치 권력에 예속되지 말고 올바른 검찰로 태어나라는 것이다.

외부기관에서 검찰을 향해 감시의 고삐를 조이려 든다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다. 법무부가 감찰권을 가져간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인사권을 쥔 청와대가 법무부를 통해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대검에서도 이미 자체 감찰 강화 방안을 내놓았으니 감찰권 이관 문제는 좀더 시간을 갖고 검찰의 변화를 보아가며 검토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