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포엠] 초록이라는 그리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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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호텔에서 바라본 롯데월드타워(왼쪽)가 보이는 풍경. 신인섭 기자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호텔에서 바라본 롯데월드타워(왼쪽)가 보이는 풍경. 신인섭 기자

초록이라는 그리움


                                            정선

은지야 석이야
콧물 훌쩍이며 뛰놀던 운동장가에
노랗게 방가지똥은 피었니?
바람도 깃들 곳 없는 잿빛 도시
크레파스 검정칠을 긁어내면
팔랑팔랑 나비 뭉게구름 둥실
광장에 웃음소리 꽃처럼 피어나는데
초록이 지치면 내 숨도 가쁜데
초록은 숨탄것들의 요람
초록은 등을 맞대고 살아내려는 생명의 온도
새벽 종소리 그리며
초록 온도를 가슴에 품으며
휘파람을 불고 싶다
바람의 귓불을 간질여
저 첨탑 너머 골짝 깊숙이
그리움의 초록귀 하나 걸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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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 2006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랭보는 오줌발이 짧았다>와 에세이집 <내 몸 속에는 서랍이 달그락거린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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