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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 "지하철! 안되겠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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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모(24)군은 며칠 전 불쾌한 경험을 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도중 전화통화에 집중한 나머지 목적지역을 지나쳐 버린 것. 뒤늦게 깨달은 김군은 즉시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반대편 승강장으로 가기 위해 개찰구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개찰구가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어서 반대편으로 건너가려면 다시 한 번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때마침 교통카드에 여윳돈도 없던 김군은 난감했다. 주변에는 역무원도, 공익근무요원도, 자원봉사자도 없었다. 할 수 없이 개찰구를 두 번이나 기어서 통과한 김군은 사람들의 시선에 불쾌감을 떨칠 수 없었다.

이 같은 ‘승강장횡단 부자유역’에 대한 불편은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이라면 한번쯤 겪어봤을 일이다. 횡단이 어려운 역(개찰구가 양측으로 분리되어 있어 반대편 승강장으로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역. 사진 1,2)은 2호선 신촌, 한양대, 을지로입구, 3호선 일원, 4호선 범계, 5호선 김포공항, 7호선 신대방삼거리, 분당선 이매 등 의외로 많다. 그런데 잘못 갔을 때마다 역무원을 부르기도 번거로울뿐더러 바쁜 시간에 쫓겨 승객들은 요금을 또 한 번 지불하기 십상이다. 지하철 이용객 중 상당수가 횡단이 되는 역이었더라면 내지 않아도 될 요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승강장 횡단이 자유로운 역과 그렇지 못한 역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일까?
지하철 2호선 전구간과 1,3,4호선의 일부구간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메트로의 홍승복(시설처 건축팀)씨는 그 이유를 ‘내부계단의 위치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상대식 승강장(승강장이 내,외선 및 상,하선간 구분되어 있는 승강장. 사진3) 중 내부 계단이 역사 중앙에 위치한 곳은 승객 동선의 원활함을 위해서 게이트가 마주보는 대칭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2호선 한양대역 부역장 김모(52)씨에게 건축 당시 내부계단의 위치를 역사마다 다르게 시공한 이유를 물었다.
“그 때만 해도 장비와 재정 문제가 컸기 때문에 하나하나 다 따져가면서 짓기가 쉽지 않았어요. 또 처음 개통됐을 당시에는 역무원들이 개찰구에 서서 승객을 한명씩 셌으니까, 그 때는 이런 문제가 없었죠. 요새는 다 교통카드로 찍잖아요. 그런 최첨단 시스템이 생기니까 애로사항들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거고요.”
서울시 지하철 건설본부 건축부의 이준석씨는 “승강장을 자유롭게 횡단할 수 있도록 개찰구를 통합할 경우에는 승객이동 공간이 중간에서 끊기므로 대합실 이용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지하상가로의 승객이동이 방해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며 리모델링의 현실적 어려움을 밝히기도 했다.

몇 달 전부터 각 정거장에서는 개찰구 옆에 비상게이트를 별도로 설치했다. 호출버튼을 누르면 역무원과 통화 후 반대편 승강장을 이용하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서울메트로에서는 환승역 및 혼잡역사 34개역에 지하철 도우미(65세 이상의 노인) 및 학생 자원봉사자를 두어 게이트 안내를 돕고 있다.

그러나 현장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한양대역 부역장 김씨는 “비상게이트의 버튼을 누르면 매표실에서 통화가 가능하게 해놓긴 했지만 승객이 몰릴 때에는 일일이 가기가 힘든 실정이에요. 사실 인력부족의 문제가 시급하죠.”라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관리 인력의 부족뿐만 아니라 호출버튼의 고장이 다반사인 것도 문제이다(사진4). 게이트 설치를 명분삼아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수도권 지하철 운행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메트로,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 한국철도공사의 홈페이지에는 승강장 횡단 가능여부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지 않거나, 알아보기가 힘든 그림으로 안내되어있어 관련정보를 얻으려는 네티즌조차 접근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편 서울메트로 소속의 한 역무원은, 반대편으로 갔어야 했는데 잘못 들어왔다고 부르는 승객이 7,80%를 차지한다는 말과 함께 “바쁘다고 목적지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빨리빨리 들어가 버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격도 문제”라며 승객들에게 여유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김인경 /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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