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文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 필요' 의견 교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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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는 29일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은 필요하다는 정도의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같이 밝힌 뒤 “구체적인 방법은 (이야기가) 없었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지시를 받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김정은 체제가 합리적이냐’는 질문엔 “우리 기준에서 합리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9일 국회에서 열렸다. 강정현 기자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9일 국회에서 열렸다. 강정현 기자

 서 후보자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불거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사건과 국정원 댓글 사건 등에 대해선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했다. 특히 “정상회담록은 국가 차원의 가장 높은 비밀로, 어떤 이유에서든 그것이 공개됐다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2012년 12월14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대화록과 관련한 내용을 낭독했고, 정문헌 전 의원도 통일부 국정감사 등에서 관련한 언급을 해 논란을 빚었다.
 서 후보자는 지난해 4월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기획설에 대해서도 “어떤 연유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국정원이)너무 빠른 시간에 언론에 공개됐다.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은  ”집권여당이 됐다고 이것저것 살펴보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했다.

 서 후보자는 국정원 조직을 개편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국내정치 관련 정보 수집, 선거개입, 민간인 및 기관 사찰 등 행위는 반드시 근절하겠다”며 “국정원은 정치로부터 완전한 단절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첩, 국제범죄, 대테러, 사이버 등 많은 신안보 영역에서 충분히 활동하면서 국가안보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는 전쟁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국가 차원에서 가장 역점을 둘 부문으로 ‘사이버 위협 대응’을 꼽았다.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9일 국회에서 열렸다. 강정현 기자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9일 국회에서 열렸다. 강정현 기자

 ◇고액자문료 논란 =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은 서 후보자가 2006년 11월 국정원 3차장에 임명된 이후 1년 만에 재산이 6억 넘게 늘어난 점을 추궁했다. 2014년 스카이라이프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월 1000만원씩(총 9000만원) 받은 것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서 후보자는 “2007년도는 국내 주식시장이 가장 호황이었고, 증식분의 4분의3 정도가 은행 예금 형태의 펀드에서 나왔다”고 답했고, 고액 자문료 문제에 대해선 “나름대로 충실한 자문을 했고,(자문료는) 요구한 적은 없고 회사에서 책정했다”고 말했다.
 서 후보자의 배우자가 보유한 6개 상가에서 매월 1200만원의 임차료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선 “맞벌이를 하고 자녀를 늦게 낳아 양육비·교육비가 안 들다보니 그렇게 (대출을 받아 상가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특혜 대출은 아니었다”면서도 “최근 어려운 경제 사정이나 취업난 속에 (재산 증식이나 부동산 임대수입에 대한) 괴리감이나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군 의가사 제대 문제와 관련, “부모님이 연로하셨고 형님이 장애를 갖고 있어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병역의무를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죄송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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