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에 손해액 3배 징벌적 배상제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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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처는 공정거래위원회밖에 없는데 지난 10년간 목소리가 작았다.”

공정위, 국정기획위에 보고 #골목상권 보호, 갑질 근절 내세워 #“가맹업체 불법 신고 보복금지 신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공정위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 전 한 말이다. 그간 공정위가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질책’이지만 향후 힘을 더 실어주겠다는 의중도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정부 정책 과정에 좀 더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위상이 이전 정부와 비교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공정위의 첫 임무는 ‘골목상권 보호’다. 이한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장은 “가맹·유통·대리점 분야의 불공정 행위 및 갑질을 근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날 백화점·대형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고의로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치면 손해액의 최대 세 배를 물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대규모 유통업법’에 새로 도입하겠다고 국정기획자문위에 보고했다. 현재는 하도급 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횡포를 규제하는 하도급법과 가맹점을 보호하는 가맹사업법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가맹본부·대형마트의 보복금지 조치도 신설한다. 현행 하도급법에는 하도급사업자가 원사업자의 불법 행위를 신고했을 때 원사업자의 보복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지만 가맹사업법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하도급 납품 단가 조정 사유에는 노무비 변동이 포함된다. 지금까지는 원자재비가 올라야만 하도급 대금 인상이 가능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최저임금 인상이 하도급 대금에 곧바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정위가 골목상권 지키기에 먼저 나선 건 이 분야가 경제민주화 관련 분야면서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공약인 일자리 창출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600만 명에 이르고 이 중 상당수는 가맹·대리점 등에 종사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취임하면 초반에는 가맹·대리점 골목상권 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이라며 “재벌 개혁이 경제민주화의 출발이라면 경제민주화의 완수는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 약자들 삶의 개선”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4대 기업(삼성·현대차·SK·LG)을 중심으로 총수 일가 등의 불법 행위를 감시할 기업집단국(옛 조사국) 신설 등을 통해 재벌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기업집단국 신설은 시행령만 개정하면 가능하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만들어질 전망이다.

세종=하남현 기자, 김기환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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