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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굿둑 수문 과연 열릴까?-4대 강 보 개방으로 관심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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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굿둑의 모습. 을숙도를 중간에 두고 좌우에 15개 수문이 있다.[사진 부산시]

낙동강 하굿둑의 모습. 을숙도를 중간에 두고 좌우에 15개 수문이 있다.[사진 부산시]

낙동강 하굿둑의 수문이 과연 열릴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물 관리 체계 일원화를 위해 국토교통부 수자원정책국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 개편과 4대 강에 있는 16개 보 가운데 6개 보(고령·달성·합천·창녕·공주·죽산보)의 수문을 다음달부터 취수와 농업용수 이용 등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개방하라고 지시하면서 하굿둑 개방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굿둑 개방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서병수 부산시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부산시와 시민단체 2012년부터 하굿둑 수문개방 요구 #2017년 단계 개방, 2025년까지 15개 수문 완전개방 요구 #그동안 환경부는 조사연구, 국토교통부는 소극적 반응 # 文 대통령, 4대 강 보 개방지시로 부산지역 단체 등 관심

지난해 11월 16일 을숙도 전망대에서 하굿둑 개방과 관련, 서병수 시장(앞쪽)이 하굿둑 인근 농어민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 [사진 부산시]

지난해 11월 16일 을숙도 전망대에서 하굿둑 개방과 관련, 서병수 시장(앞쪽)이하굿둑 인근농어민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 [사진 부산시]

낙동강 하굿둑은 1987년 을숙도 좌안에 10개 수문, 2013년 4대 강 사업으로  을숙도 우안에 5개의 수문 형태로 건설됐다. 을숙도를 포함해 사하구와 강서구를 잇는 길이 2230m,높이 18.7m 규모다. 바닷물과 강물이 교차하는 이곳을 막은 것은 두가지 목적이었다. 하나는 염분 때문에 농사가 힘들었던 낙동강 인근 4억㎡의 땅에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또 하나는 동강 수위를 높여 부족한 식수와 농업·공업용수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2년 부산의 시민·사회·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낙동강하구 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이하 협의회)가 구성되면서 하굿둑 수문 개방요구가 일기 시작했다. 낙동강에 보 건설 등으로 하굿둑 건설당시의 목적이 약해져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자는 게 요지다. 하굿둑 개방을 공약한 서 시장은 2015년 9월 “2025년까지 하굿둑 수문을 완전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고 공식 밝혔다.

하굿둑 개방이 지역의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부산시민 걷기 행사와 관련 심포지엄 개최 등 수문개방을 요구하는 주장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하굿둑 인근 농민들은 “수문을 개방하면 염분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없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경남도 등 낙동강 인근 자치단체의 입장도 비슷하다. 반대 움직임은 아직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16일 낙동강 하굿둑이 있는 을숙도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국토부에 하굿둑 개방을 위한 용역을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 부산시]

지난해 11월 16일 낙동강 하굿둑이 있는 을숙도에서시민단체 관계자들이국토부에하굿둑 개방을 위한용역을 실시할 것을주장하고 있다.[사진 부산시]

논란이 일자 환경부는 2013~2015년 두차례 ‘낙동강 하구 생태 복원을 위한 타당성 조사연구’를 했다. 그 결과  환경부는 “수문의 단계적 개방은 가능하고 그렇게 되면 상류 10㎞까지 바닷물과 강물이 교차하는 기수역이 복원될 수 있다. 완전 개방 때는 상류 27㎞(현 물금·매리취수장)까지 염분이 올라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는 “낙동강 수질 문제와 결부돼 있어 타 지자체와 협의해 결정할 사항이다”며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와 협의회는 실제 수문을 개방했을 때의 변화를 확인한 뒤 개방 여부를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박종렬 부산시 하천살리기 기획팀장은 ”수문 15개 중 1개만이라도 열어서 강 상류의 염분피해가 어느정도인지 확인하자는 것이 부산시 입장이다”며 “국가하천 관리책임이 있는 국토부가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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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굿둑에는 명암이 있다. 그동안 하굿둑 인근 땅에서 연간 2만t정도의 식량 생산이 늘었다. 해마다 6억4800만t의 물이 확보되면서 식수 등 용수난이 줄었다.하굿둑을 건설하며 강바닥에서 긁어낸 흙은 주변 습지를 메워 낙동강 하류에 택지와 공단을 조성하는데 사용됐다.

하지만 환경파괴도 있었다. 하굿둑 인근 을숙도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해 100만 마리 이상의 고니·기러기 등이 찾아오는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 였다. 이곳에 플랑크톤·조개류·민물게·물고기 등 먹잇감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굿둑 완공후 90년대엔 철새 개체수가 기존의 5~10%수준으로 줄었다.부산시가 을숙도 살리기를 한 2003년 이후에는 철새 20여만마리가 찾는것으로 조사됐다.

생물종도 크게 줄었다. 하구의 명물이었던 재첩은 사실상 씨가 말라버렸다. 이밖에 생물종 60여종의 절반이 자취를 감췄다는 보고도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강물 정체현상이 녹조류 번식으로 이어져 하굿둑 건설의 핵심이유였던 식수원 취수원마저 어려워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서 시장이 하굿둑 개방을 공약으로 내걸고 지난해 9월 이를 공식화한 배경이다.

지난해 10월 15일 을숙도에서 하굿독 개방을 요구하며 열린 부산시민 걷기대회의 한 장면. [사진 부산시]

지난해 10월 15일 을숙도에서 하굿독 개방을 요구하며 열린 부산시민 걷기대회의 한 장면. [사진 부산시]

하지만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 수문 개방으로 농경지 피해를 입게 될 하구 농민 1만8000여명의 설득과 보상이 문제다. 대체 식수 등 각종 용수 마련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국토교통부 등 정부를 설득하는 것도 만만찮은 분위기다.

하지만 부산시와 시민단체는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김경철 낙동강하구 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하굿둑 건립 당시와는 환경이 확연히 달라졌다”며 “환경에 대한 국민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안을 마련한다면 하굿둑 개방도 충분히 성사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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