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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가 코앞에 갑자기 툭 … ‘악’소리 나는 VR 공포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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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언틸 던’은 열차를 타고 갑자기 나타나는 좀비를 총으로 쏘는 공포 액션 게임이다. 직접 체험해보니 PC로 하는 게임보다 현장감과 몰입감이 뛰어났다. [사진 소니]

‘언틸 던’은 열차를 타고 갑자기 나타나는 좀비를 총으로 쏘는 공포 액션 게임이다. 직접 체험해보니 PC로 하는 게임보다 현장감과 몰입감이 뛰어났다. [사진 소니]

어두운 폐가. 철컥하며 타고 있던 1인승 열차가 움직였다. 위를 바라보니 먹구름이 껴있고 옆을 보니 앙상한 나무만이 서있었다. “끼에엑”하는 비명 소리에 손에 쥔 손전등으로 옆을 비췄다. 좀비가 달려오고 있었다. 총을 겨눴지만 어느 순간 좀비는 코앞에 다가와 기자를 물어뜯으려 했다. 나도 모르게 “어어억!”하는 비명과 함께 뒤로 자빠졌다.

소니 PS VR 체험해보니 #잔상·흔들림 줄이고 멀미도 덜해 #전용게임 60개로 콘텐트도 풍부 #무게 610g로 삼성 기기보다 무거워 #장면 전환 빠를 땐 그래픽 깨지기도

지난 4월 말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가상현실·이하 PS VR) 체험존에서 기자가 직접 소니의 VR 공포 게임을 체험해봤다. 아직 해상도 등에서 완성도가 부족했지만 현장에 있는 듯한 생동감은 기존 컴퓨터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고가인 VR 기기 가격과 멀미 여부는 VR 게임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은 2015년에는 VR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32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가 올 2월에 이 전망을 28조원으로 낮췄다. 지난해 큰 기대를 모았던 ‘VR 원조’ 오큘러스의 VR 기기 ‘리프트’나 HTC의 ‘바이브’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런 VR 시장서 독주하고 있는 회사가 소니다. 소니의 PS VR은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출시 4개월 만에 90만대가 팔렸다. 이달 안으로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분기 출시된 오큘러스 리프트는 1년간 24만대 팔렸다.

소니 PS VR의 강점은 풍부한 콘텐트다. 소니는 60개가량의 VR 전용 게임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안에 이를 1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왼쪽부터 VR 헤드셋, 모션 카메라, 컨트롤러.

왼쪽부터 VR 헤드셋,모션 카메라, 컨트롤러.

PS VR은 비디오 게임 기기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4와 함께 구매해야 사용할 수 있다. 둘을 합친 가격은 약 90만원. 하지만 타사 VR 기기 가격이 50만원대인데다가 고사양 PC까지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아주 비싼 가격은 아니다.

PS VR 무게는 약 610g 정도다. HTC 바이브(555g)와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 VR(345g)에 비해 무거운 편이다. 30분 정도 플레이했지만 목이 뻐근해질 정도는 아니었다.

VR 플레이를 위해 선택한 게임은 공포 게임인 ‘언틸 던’이었다. VR 게임에서 인기 있는 장르는 공포와 액션이다. VR 최대 강점인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원격 현장감)를 느끼기에 가장 적합한 장르라는 게 게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손에 쥔 두 개의 컨트롤러가 게임 화면 속에선 손전등 역할을 했다. 손전등 만이 화면을 비춰주는 유일한 빛이라 긴장감이 느껴졌다. 손전등과 가까운 곳은 선명히, 먼 곳은 거칠게 명암 처리를 해 현장감도 돋보였다. 또 좀비가 달려올 경우 발자국 소리가 점점 커져 스릴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갑자기 나타난 좀비의 치아가 바로 눈앞에 보일 땐 신음이 절로 터졌고 등은 식은 땀으로 젖었다.

풀HD급 해상도로 제작된 콘텐트는 UHD급 해상도에 익숙한 소비자에겐 다소 선명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장면 변환이 빠른 경우엔 살짝 깨진 그래픽이 보였다.

또 다른 걱정거리였던 ‘VR 멀미’는 심하지 않았다. VR 멀미는 시선이 움직이는 속도보다 화면의 변화 속도가 느려 나타나는 어지러움을 가리킨다. 소니 관계자는 “기존 VR 기기에 탑재되던 LCD 대신 화면 반응 속도가 1000배 이상 빠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잔상감과 흔들림을 감소시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두 시간 연속해 VR 게임을 할 경우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는 소비자 평이 많았다.

VR 기기는 12세 이상만 플레이가 가능하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12세 이상이 아닌 시력이 성장 중인 청소년이 VR을 플레이할 경우 사시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사용 시 주의를 당부했다.

안별 기자 ahn.by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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