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문 연 서울로7017...20만 구름떼 인파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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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10시 서울역 고가공원 ‘서울로 7017’이 개장했다. 임현동 기자

20일 오전 10시 서울역 고가공원 ‘서울로 7017’이 개장했다. 임현동 기자

“우와 이게 다 내려다보여요.” 서울로 7017(이하 7017)이 개장한지 이틀 째인 21일, 4호선 회현역 방향에서 서울로로 진입해 200m쯤 지나니 왼편으로 서울역이 보였다. 대학생 김지석(26)씨가 서울역 앞 왕복 15차로의 도로를 스마트폰 액정 안에 모두 담았다. 김씨의 양 옆으로도 나들이객 수십 명이 어깨 높이까지 오는 유리난간에 기댄 채 공중에서 내려다 보이는 서울역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서울로 7017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역 앞 왕복 15차선의 모습. 서준석 기자

서울로 7017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역 앞 왕복 15차선의 모습. 서준석 기자

7017이 1년7개월 공사 끝에 20일 문을 열었다. 길이 1024m, 높이 17m의 서울로는 만리동ㆍ퇴계로ㆍ남산공원 백범광장 등 서울역 일대 17곳에 뻗어있다. 하루 수십 만대의 차량이 오가는 교통의 중심지에 위치한 공중 정원을 보기 위해 개장 이틀 동안 20만여 명(21일 오후 5시 기준, 서울시청 추산)의 인파가 구름떼처럼 몰렸다. 시민들은 군데군데 심어져 있는 2만4085주의 꽃과 나무가 만드는 경치를 즐기며 한가한 오후를 즐겼다. 7017과 진ㆍ출입로가 연결된 인근 호텔의 레스토랑과 카페에는 햇볕을 피하러 들어온 나들이객들로 붐볐다. 방문객 대부분은 7017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7017 중간중간 정체 현상이 빚어져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폭 10.3m의 통로 곳곳에는 대형 화분들이 놓여 있어 통행을 방해했다. 화분들이 통행로의 절반을 가린 구간도 있었다. 차양막이 부족해 시민들이 따가운 햇살에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시민 이현수(45)씨는 "화분이 많은 건 좋지만 차양막도 부족한 데 곳곳에 정체현상까지 빚어져 땀을 많이 흘렸다"고 말했다. 이원영 서울시 조경과장은 “개장과 주말이 겹쳐 사람들이 몰렸다. 일시적 문제인지 아닌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7017은 총 17개의 진입로가 있고, 그중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6대가 설치돼 있다.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사전에 알지 못한 장애인들은 엘리베이터를 찾아 수십m를 헤매이기도 했다. 휠체어를 탄 채 나들이를 나온 김진환(64)씨는 “어디로 들어와야할 지 몰라 20분을 돌았다”고 했다.

서울로 중간중간에는 통로를 가리는 화분들로 인해 정체현상이 빚어진다. 서준석 기자

서울로 중간중간에는 통로를 가리는 화분들로 인해 정체현상이 빚어진다. 서준석 기자

개장 전부터 ‘흉물ㆍ악취 논란’을 빚은 슈즈트리(shoes tree) 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슈즈트리는 헌 신발 3만켤레를 활용해 서울고가에서 서울역 광장까지 이어 붙여 만든 높이 17m, 길이100, 폭 10m의 대형 구조물이다. 황지해 가든 디자이너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졌다. 차로가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이 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직장인 정석현(34ㆍ서울 서대문구)씨는 “매연을 내뿜던 차로가 걸을 수 있는 공간이 됐다는 것을 상징하는 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양화연(64ㆍ여)씨는 “작가의 의도는 알겠지만 그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분실물들을 이어 붙인 것 같아 보기에 흉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로 고가정원에서 내려다 본 슈즈트리의 모습. 서준석 기자

서울로 고가정원에서 내려다 본 슈즈트리의 모습. 서준석 기자

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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