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만찬’에 쓰인 ‘눈먼 돈’특수활동비 10년간 8조5600억원…절반은 국정원이 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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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돈 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면서 돈의 출처인 ‘특수활동비’가 주목받고 있다.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돼 ‘눈먼 돈’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 규모가 지난 10년간 8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2016년 편성된 특수활동비 8조5631억원 #국정원 4조7642억원, 법무부 2661억원 사용 #청와대도 2514억원, 국회도 869억원 사용 #영수증 증빙 안해도 되는 '깜깜이 예산'

한국납세자연맹은 2007~2016년 편성된 특수활동비 규모가 모두 8조5631억원이라고 18일 밝혔다. 납세자연맹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했다. 특수활동비 편성액은 지난 2012년 8382억원에서 2013년 8509억원, 2014년 8672억원, 2015년 8811억원, 지난해 8870억원 등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 10년간 특수활동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기관은 국가정보원이다. 4조7642억원을 써 전체 특수활동비의 절반 이상을 사용했다. 국방부(1조6512억원), 경찰청(1조2551억원), 법무부(2662억원), 청와대(2514억원)가 뒤를 이었다.

특수활동비는 정보 수집이나 사건 수사를 하는 정부 부처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접 드는 비용을 말한다. 구체적인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사용 후 영수증 처리 등 증빙 과정을 생략할 수도 있다. 그래서 ‘깜깜이 예산’이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사용 증빙은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계산증명 지침’을 따르게 되는 데 지침에는 “특수활동비의 사용처를 공개할 경우 경비 집행의 목적 달성이 방해받는다고 판단하면 집행내용확인서 생략 가능”이라는 내용이 있다. 이를 근거로 납세자연맹이 지난 2015년 8월 18개 부처를 대상으로 한 특수활동비 사용 내용 정보공개청구도 모두 거부당했다.

자료 한국납세자연맹

자료 한국납세자연맹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법무부 예산 중 특수활동비는 287억8300만원이 신청됐다. 검찰의 특수활동비도 여기에 포함된다.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는 4947억원, 청와대의 특수활동비는 265억원 신청됐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국민의 세금을 공무원이 영수증 없이 사용하는 것은 국민주권주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공무원이 국민 위에 군림하던 권위주의 정부의 산물인 특수활동비 예산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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