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스폰서 없이 대회 치르는 PGA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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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85회째인 PGA챔피언십은 마스터스 골프대회처럼 별도의 스폰서 없이 자체 재원으로 대회를 꾸려가는 것이 특징이다. 총상금이 6백만달러나 되는데 재원은 방송 중계권료와 입장료.기념품 판매 등을 통해 충당한다.

대회가 열리는 동안 코스 내 음료 판매대에 가봤더니 생수와 음료수를 3.75달러(약 4천5백원)씩에 팔고 있었다. 생맥주는 한 잔에 무려 6달러다. PGA챔피언십 로고가 새겨진 모자는 25달러(약 3만원). 비교적 비싼 가격이지만 수익금이 모두 대회 개최에 쓰이기 때문에 불평하는 갤러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루 입장권 가격은 75달러(약 9만원). 연습라운드부터 1~4라운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기를 볼 수 있는 패키지 입장권 가격은 2백80달러다. 4일간 줄잡아 20만명의 갤러리가 입장했다고 가정하면 주최측은 입장 수입으로만 1백50만달러(약 18억원)를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저런 가격을 시시콜콜 나열한 것은 PGA챔피언십을 비롯한 미국 내 메이저 골프대회의 마케팅 전략에 감탄을 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는 2010년까지 대회 개최지를 미리 정해 놓고 일찌감치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식당과 화장실 설치는 물론 관련 책자 출판에서부터 셔틀버스 운영계획에 이르기까지 빈틈이 없다. 위스콘신주 쾰러에서 열리는 내년도 대회 입장권을 벌써부터 판매하는 식이다.

골프장 안팎에서 묵묵히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 40~60대로 구성된 이들은 골프장 코스 안내와 음료수 판매, 셔틀버스 운영 등을 맡고 있다. 이들이 받는 보수라곤 대회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한장이 전부다. 그래도 정상급 프로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표정이다.

해마다 골프대회를 개최할 장소조차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국내 현실과 비교해 볼 때 너무나 판이한 미국의 골프 환경이 부러울 따름이다.

로체스터=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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