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뺨치는 칼군무로 학교 이름 드높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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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러지도 못하는데 저러지도 못하네/ 그저 바라보며 베-베-베-베이비(baby)”

호원대 댄스 동아리 ‘에어라인’ #빼어난 외모·춤으로 인기 치솟아 #중학교 축제까지 외부 초청 몰려

지난 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동 전북대 제2학생회관 앞. 스피커에서 걸그룹 트와이스의 노래 ‘TT(티티)’가 울려 퍼졌다. 짧은 청바지와 흰 티셔츠 차림의 여성 댄서 7명이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칼군무’를 선보이자 300여 명이 모인 관중석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이날 전북대 총동아리 축제 현장을 뜨겁게 달군 여성 댄서들은 호원대 항공서비스학과 댄스 동아리 ‘에어라인(Airline)’이다. 이들은 걸그룹 뺨치는 외모와 춤으로 모교와 학과를 알리는 ‘홍보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호원대는 전북 군산시 임피면에 있는 4년제 사립대다. 한 해 졸업생이 12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지방대다. 이 탓에 지역에서도 이 대학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호원대 항공서비스학과 댄스 동아리 ‘에어라인’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매일 오후 7시부터 전면거울이 있는 학과 실습실에서 2~4시간씩 춤연습을 하며 레퍼토리를 늘리고 있다. [사진 호원대]

호원대 항공서비스학과 댄스 동아리 ‘에어라인’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매일 오후 7시부터전면거울이 있는 학과 실습실에서 2~4시간씩 춤연습을 하며 레퍼토리를 늘리고 있다. [사진 호원대]

강희성 호원대 총장은 “지난해 교육부가 공개한 4년제 대학 취업률 조사에서 호원대는 77.7%(2015년 12월 31일 기준)를 기록했다”며 “하지만 지명도가 낮다 보니 이것을 아는 학부모와 학생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에어라인의 인기가 학교 측으로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정원이 40명인 항공서비스학과는 2010년부터 신입생을 받았다. 2012년 댄스 동아리를 창단한 멤버들은 승무원을 준비하는 학과답게 동아리 이름을 항공사를 뜻하는 ‘에어라인’으로 지었다.

“웬만한 걸그룹보다 예쁘고 춤을 잘 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학내 행사는 물론 외부 공연 섭외 요청도 몰리고 있다. 전북대 총동아리 축제엔 3년 연속 무대에 올랐고, 중학교 축제 등 다양한 단체에서 에어라인을 찾고 있다. 이들의 공연 모습이 입소문 나면서 호원대 인지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미균 호원대 항공서비스학과장은 “제자들이 외부 공연을 하면 관객들이 ‘어디 학교냐’고 묻는다”며 “자연스레 학교와 학과 이름을 알리는 홍보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에어라인 멤버들은 “동아리 활동이 승무원의 자질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고, 격렬한 춤을 추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에어라인 회장 강예은(21·3학년)씨는 “저희끼리는 ‘춤을 못 춰도 웃음은 잃지 말자’고 얘기한다”고 했다. 꿈이 에어라인(항공사) 입사인 그는 “승객들로부터 ‘저 사람에게 서비스를 받으면 좋겠다’라는 신뢰를 얻는 승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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