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MT서 성기에 바른 '치약 장난'은 성추행…첫 유죄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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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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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MT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든 신입생의 성기 주변에 치약을 바른 대학원생과 대학생에 대해 법원이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처음으로 성추행 혐의를 적용했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안종화 부장판사)는 11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이모(24·대학원생)씨와 하모(23·대학생)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노모(20·대학생)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이씨 등은 지난해 3월12일 경기 가평군 청평면 대성리 펜션으로 MT를 가 술에 취한 채 잠을 자던 같은 과 신입생 A(21)씨의 배와 성기 주변에 치약을 바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씨는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A씨는 MT를 다녀온 뒤 피부염으로 치료를 받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지금까지 주 1~2회 정신과 진료와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MT나 수학여행에서 짓궂은 장난쯤으로 용인되던 성기 주변에 치약을 바르는 행동에 성추행 혐의가 적용돼 큰 관심을 받았고 피고인 측의 요구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검찰 측은 "이 사건으로 A씨가 피부염으로 3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씨 등은 옷을 벗겨 치약을 바른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추행을 한 부분에 대해 고의성은 없었고 상해를 입었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재판에서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이씨 등에 대해 유죄로 평결했다.

재판부도 "피고인들이 친분이 없는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것을 예상하고도 피해자의 옷을 벗겨 성기 주변에 치약을 바른 것은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동영상을 술자리에서 보기 위해 촬영했다는 점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피부염은 경미한 상태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치약을 바른 행위와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며 상해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배심원 9명도 만장일치로 성추행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상해 혐의는 무죄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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