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현수막에 '촛불' 문구 안 돼"...시민단체 "구시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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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에 설치된 선거 조형물.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 우상조 기자

청계천에 설치된 선거 조형물.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 우상조 기자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현수막에 '촛불' 문구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구시대적인 인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일 대전지역 8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에 따르면 대전 선관위는 대전운동본부가 게시한 현수막 두 가지에 게시 불가를 결정했다. 해당 현수막은 대전운동본부가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문제가 된 현수막에는 '촛불이 만든 대선, 미래를 위해 꼭 투표합시다'·'투표가 촛불입니다. 죽 쒀서 개 주지 맙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에 선관위는 현수막 문구 중 '촛불'이라는 단어가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이라고 해석했다. '공직선거법 58조의2 투표참여 권유활동' 중 3항을 근거로 들었다.

▶공직선거법 58조의2(투표참여 권유활동)
누구든지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하는 경우.

선관위 관계자는 "'촛불'이라는 단어가 특정 후보나 세력을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라며 "해당 조항을 근거로 불가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선관위의 이 같은 해석에 반발하고 있다.

이날 대전운동본부는 대전 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은 민심의 상징이고 민심은 특정 정당이 아닌 대한민국 정치권에 보내는 경고"라고 밝혔다.

또 대전운동본부는 "이번 대선은 촛불 민심이 만들어낸, 부패한 권력자와 이에 부화뇌동했던 권력의 부역자들을 끌어내리고 국민주권시대를 여는 첫 대선"이라며 "선관위는 이 같은 촛불의 의미를 특정 정당의 지지 혹은 반대라는 구시대의 인식으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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