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삼킨 ‘예비 한국인’ 라틀리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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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프로농구 서울 삼성이 짜릿한 4쿼터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본격적으로 귀화 준비에 나선 ‘예비 한국인’ 리카르도 라틀리프(28·1m99㎝·사진)가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값진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 챔프전 4차전 역전승 2승2패 #29점·13리바운드 ‘더블·더블’ 활약 #농구 협회·연맹과 면담 등 귀화 준비

삼성은 2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시소게임 끝에 안양 KGC인삼공사에 82-78, 4점 차로 이겼다. 7전4승제 승부에서 2승2패 동률을 이룬 삼성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남은 일정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앞선 세 경기를 1승2패로 마쳐 궁지에 몰린 이상민(45) 삼성 감독은 라틀리프를 비롯해 마이클 크레익(26)·문태영(39) 등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들에게 슈팅 기회를 몰아주는 ‘확률 농구’를 구사했다. 라틀리프는 매 쿼터 꾸준히 득점과 리바운드를 쌓아올리며 29점·13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삼성이 59-64, 5점 차로 뒤진 채 출발한 4쿼터에서 10득점·10리바운드를 집중해 역전승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 크레익과 문태영도 각각 23득점과 13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라틀리프는 2차전 다음날인 지난 24일 대한민국농구협회(KBA), 한국농구연맹(KBL) 관계자들과 만나 귀화 관련 면담을 했다. 챔프 결정전이 한창 진행 중임에도 귀화 의지의 진정성을 확인하려는 두 단체의 부름을 거부하지 않았다. 라틀리프는 지난 1월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국적을 얻어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2012~2013시즌 울산 모비스 소속으로 데뷔한 이후 5시즌간 몸담으며 친숙해진 한국 농구에 기여하기 위한 결정이다.

라틀리프는 강한 체력과 빠른 발, 정확한 야투를 겸비해 대표팀의 ‘높이’와 ‘득점’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할 카드로 주목받는다. 앞서 특별 귀화를 통해 농구대표팀에 합류한 문태종(오리온)·문태영(삼성) 형제와 여자농구 김한별(삼성생명)이 한국인 어머니를 둔 것과 달리 라틀리프는 한국인의 피가 섞이지 않은 선수라는 차이점이 있다. 라틀리프는 올 시즌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어 특별 귀화와 농구대표팀 합류의 당위성을 입증한다는 각오다.

KGC인삼공사는 데이비드 사이먼(35)이 30득점으로 분전했지만 승부처인 4쿼터에서 전체적으로 슈팅 난조를 보이며 고전한 끝에 역전을 허용했다. 양팀의 5차전은 오는 30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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