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번진 청주지검 '梁몰카'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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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몰래카메라 촬영 사건 수사가 청주지검의 한 부장검사와 평검사 사이의 '진실게임'이라는 전혀 뜻밖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청주지검은 몰카 촬영 배후를 밝혀내는 부분과 향응을 제공한 이원호씨의 수사 로비 의혹을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모아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K검사가 몰카 사건 특별전담팀장인 K부장검사와 이원호의 유착설을 제기했고, K부장검사(40)는 K검사를 몰카 사건의 용의 선상에 올려 놓았다. 결국 둘 다 대검에서 특별감찰 또는 수사를 받게 됐다. 지난 4월까지 같은 부에서 일을 해오던 이들은 몇가지 사건 처리방식 등을 놓고 알력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몰카 사건이 터지면서 K부장검사가 이원호씨와 유착돼 있다는 소문이 검찰 주변에서 떠돌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K검사는 지난 14일 '부장검사에게서 李씨에 대한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다'는 취지의 폭로를 했다. K검사는 "李씨의 살인교사 혐의에 대한 수사를 하려고 했으나 '오래된 사건인데 해결되겠느냐'며 부장이 말렸고, 조세포탈 수사도 '천천히 하라'고 말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K부장은 이례적으로 해명자료까지 만들어 "조사를 말린 적이 없고, 말릴 이유도 없었으며 李씨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부인했다.

수사팀은 K검사가 향응 당일 술자리에 동석한 金모(57)씨 주변 인물인 P여인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날 통화는 金씨→P여인→K검사 순으로 중계되듯이 이뤄졌다.

李씨의 사법처리에 집착해 왔던 K검사가 수사무마 청탁 현장을 포착하려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근거다. 또 검찰은 K검사에게서 "상세하게 상황을 파악해 알려 달라"는 부탁을 받은 P씨가 '촬영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해 달라'는 말로 확대 해석해 행동에 나섰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K검사와 술자리 정보를 알려준 P씨는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몰카 촬영에 대한 관련성을 완강히 부인했다. 수사팀이 용의자로 지목, 조사해온 李모(30)씨도 술자리 당일 알리바이가 입증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이원호.오원배.金모씨 등 향응 합석자와 K검사에 대해 집중조사를 벌였다.

이와 관련, 청주지검 고영주 검사장은 17일 퇴근길에 "(몰카 용의자가)마음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고 말해 이들 가운데 유력한 용의자가 있음을 시사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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