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통한 북핵 무력화, 트럼프·시진핑 함께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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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왼쪽)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 대사들을 초청해 오찬을 하고 있다. 그동안 유엔에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 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은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뉴스1]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왼쪽)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 대사들을 초청해 오찬을 하고 있다. 그동안 유엔에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 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은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에 나섰다. 미·중 공조에 이어 국제사회를 총동원해 대북 압력을 가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15개 이사국 백악관 불러 #“북한에 더 센 제재 준비해야” 강조 #NYT “북, 7주마다 핵탄 1기 생산 능력” #시진핑 “안보리 결의 위반행위 반대” #대북 원유 제한할 가능성 높아 #28일 안보리 북핵 특별회의 주목

트럼프는 24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 대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북한에 대한 현상 유지는 용납할 수 없다(unacceptable)”고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 대사들을 전원 백악관으로 부른 게 이례적인 데다 북한 문제가 주된 논의 대상이었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원하건 원치 않건 북한은 전 세계에 실질적 위협이며 최대의 문제”라며 “사람들이 지난 수십 년간 (북한 문제에) 눈감아 왔지만 이제는 해결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또 “유엔 안보리는 북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추가적이고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차 핵실험 억지, 나아가 북핵 무력화를 위해 안보리 차원의 획기적 대북제재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자는 제안이다. 안보리 회원국 대사들은 오찬 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마련한 북한·이슬람국가(IS) 문제 브리핑에도 참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의 초강경 대북 압박의 이유로, 북한이 6~7주마다 핵폭탄 1기를 만들 수 있고, 트럼프 행정부 1기 말에는 핵탄두 50기를 보유할 정도로 핵능력이 강화된다는 정보 당국의 보고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핵실험 내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에 나설 경우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 고려항공 취항 거부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상시 검색 ▶석탄 등 일체의 물자 제공 금지 등의 강경조치를 촉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인 ▶북한 근로자 고용 전면 금지 ▶원유 공급 금지 혹은 축소 등도 추가적 유엔 안보리 제재 조치로 거론된다.

사실 그동안 안보리 제재는 북핵 억지에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키를 쥔 중국의 비협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장면에서 중국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시 주석은 2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북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전례없이 강경한 메시지를 내놨다.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 마지노선을 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유엔 안보리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활용에 대한 명확한 금지 요구가 있다”는 브리핑도 같은 맥락이다.

‘안보리 공조’는 중국으로서도 명분이 있다. 그동안 중국은 유엔 회원국의 독자제재에 강력히 반대하고 안보리를 통한 제재를 택해 왔다. 북한 경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 축소·중단을 중국 독자적으로 하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유엔 안보리 제재안에서 다루는 것은 명분이 있다.

주목되는 건 28일 유엔 안보리의 북핵 특별회의다. 회의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주재한다. 유엔 외교가에선 “북한의 추가 도발 시 가동할 대북제재안을 미리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편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NBC·CBS 등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군 군사기지를 공격하거나 우리가 ICBM을 보게 된다면 그때는 명확하게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북한에 이야기하는 건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으니 (북한이) 먼저 시작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 “특별회의는 전면 전쟁 도화선 불 다는 것”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안보리 장관급 특별회의(28일)에 대해 이날 “전면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다는 것이나 같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미국은 제가 지른 불에 제가 타죽는 비참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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