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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미세먼지·소음 고통, 환경기준 초과지역 ‘제로’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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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환경오염 줄여 국민 건강 지키자 

지난 20일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김상선 기자]

지난 20일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김상선 기자]

지난겨울부터 연일 스모그와 황사에 시달리고 있는 시민들은 “숨 좀 제대로 쉬자”고 호소한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오염물질에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까지 더해 더욱 답답하다.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서울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당 34㎍(마이크로그램, 1㎍=100만 분의 1g)으로 연간 환경기준치 25㎍을 크게 넘었다. 특히 하루 평균 농도가 24시간 환경기준치인 50㎍을 초과한 날도 14일이나 됐다. 현행 환경정책기본법에서는 50㎍을 초과하는 날이 연간 4일을 넘어서는 안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에서 정한 기준을 완전히 어긴 것이다.

리셋 코리아 환경분과 제안 #미·일보다 미세먼지 기준도 낮은데 #서울 초과한 날, 올 3월까지 14일 #소음도 대부분 도시서 기준 넘어 #환경오염 피해자 지원책도 강화 #헌법서 보장한 ‘환경권’ 지켜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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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느슨한 국내 기준으로 따졌을 때 이 정도다. 엄격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25㎍)을 초과한 날은 57일이나 됐다. 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 질환, 폐암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우울증을 유발하고 자살률까지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헌법 35조에서도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며 환경권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환경정책기본법에서는 환경기준을 “달성하고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환경기준 달성은 국가 환경정책의 기본 목표가 돼야 하지만 일부 환경기준은 어느새 지키지 않더라도 별 상관이 없는 수치가 돼 버린 것이다.

생활 소음 기준도 그렇다. 전국 44개 도시 전용주거지역에서 밤에 측정한 평균 소음도는 2015년과 지난해 모두 46데시벨(㏈)이었다. 기준치인 40㏈을 크게 초과한 것이다. 기준을 달성한 도시는 6~7개에 불과했다. 전용주거지역 낮 소음도 역시 기준치 50㏈을 초과한 53㏈이었다. 환경부도 소음·진동 관리 종합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으나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의 환경 분과는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시민 건강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란 점을 인식하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환경기준 달성을 국가의 책무와 목표로 선언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 로드맵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특히 2030년까지 환경기준치 초과 지역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어린이·노약자·영세민 등 환경 피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환경보건을 범부처 과제로 설정해 추진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실행과제를 뽑았다.

실행과제 1. 환경기준을 강화하자

초미세먼지 국내 환경기준의 경우 WHO 권고 기준은 말할 것도 없고, 선진국인 미국·일본에 비해 느슨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미세먼지 기준 달성률이 국내 24시간 기준인 50㎍/㎥로는 10.9%였지만, 미국·일본 기준인 35㎍/㎥를 적용할 경우 이를 달성한 측정소가 한 곳도 없었다. 결국 기준도 강화하고, 동시에 그 기준을 달성해야 하는 셈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내버려둘 수도 없다. 한국인이 미국인·일본인보다 특별히 초미세먼지에 더 잘 견딘다는 증거도 없는 만큼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기준 강화는 필수적이다. 윤제용 서울대 교수는 “그동안 환경기준을 설정할 때 경제적인 면을 많이 고려했으나, 이제는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환경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인 중앙대 교수는 “환경기준을 강화할 때 시민들의 불편이나 경제적 손실이 따를 수 있으므로 단계적인 접근, 지속적인 설득 등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행과제 2. 환경보건 범정부 이슈로 다루자

환경오염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려면 환경보건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2009년부터 ‘환경보건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환경부 업무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은희 이화여대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국가 환경보건 실행계획은 정부 각 부처를 초월하는 범국가적 계획으로 마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각 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해 국가 차원의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미세먼지 대책을 환경부에서만 수립해서는 소용이 없다. 석탄 화력발전소를 관장하는 산업부나 도로와 운송 부문을 책임지는 국토교통부 등이 적극 참여하지 않고는 국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없다. 또 중국과의 협상은 외교부가 맡아야 한다.

이에 따라 환경부의 환경보건종합계획을 국가 계획으로 격상하고, 각 부처와 지자체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한 가운데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

실행과제 3. 국가 환경보건기구 설립하자

환경기준을 강화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환경오염으로부터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다. 현재 환경부는 시민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국 각지 16개 주요 병원을 환경보건센터로 지정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특성 등을 감안해 아토피 피부염, 가습기 살균 등 유해화학물질, 유해가스나 중금속 노출, 석면 피해 등을 나눠 맡고 있다.

하은희 교수는 “지역환경보건센터가 현재는 특정 주제에 대한 연구와 진료가 중심이지만, 지역의 모든 환경보건 문제에 대한 일차적인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가 환경보건부 산하에 국가환경보건기구를 두고 환경성 질환에 대한 연구와 개발, 환경보건 정책의 수립과 집행 등을 맡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리셋 코리아 환경분과 위원들의 의견이다. 지역환경보건센터와 중앙의 국가 환경보건기구의 연계를 통해 국가 환경보건 거버넌스를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실행과제 4. 오염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자

박태현 강원대 교수는 “현재 오염 피해를 조사하는 기관과 환경 분쟁을 조정하는 기관, 피해를 구제하는 기관이 제각각이어서 환경오염 피해자가 신속하고 공정한 구제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개발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경우 예방적 차원에서 개발 사업이 주민들의 건강에 미칠 영향을 조사하게 된다. 또 실제 환경오염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환경오염 영향 조사나 피해 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반면 환경오염으로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나 시·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환경오염피해구제법’에 의해 구제 업무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맡고 있다. 오염 피해자를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신속한 구제를 위해서는 조사와 분쟁 조정, 구제 기능을 통합한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이영민(이화여대 언론정보학4) 인턴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