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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갈등 이후 중국서 대박 내려면 … 창의력이 정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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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경하 엠케이차이나컨설팅 대표

박경하 엠케이차이나컨설팅 대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거세다. 그러나 이는 지나는 태풍이다. 사드 갈등 이후 중국에서 대박 낼 준비를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뭘 해야 하나. 정답은 창의력에 있다. 창의력은 두 가지 측면에서 구현된다. 차별화된 상품을 만드는 창조적 활동과 사업적 구조를 기발하게 설계하는 창조적 발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 13억 중국 시장을 제대로 뚫으려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연구해야 한다.

그렇게 뜨거웠던 한류 열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가능성을 믿고 중국으로 간 우리 기업들은 덩치의 대소에 관계없이 모두 위기다. 그저 중국 당국의 눈치만 볼 뿐, 침이 마르고 속이 타는 극한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두 눈 부릅뜨고 우리 기업의 활로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중 수교 25년과 중국 진출의 교훈

1992년 수교 이후 이제까지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 단계를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1세대 진출 기업은 92~99년 사이에 중국으로 향한 기업들로 대부분 노동집약형 제조업이었다. 봉제, 가발, 피혁, 액세서리 분야의 중소기업들이 중국 동부 연안에 각개전투 형태로 진출했다. 그러나 치솟는 현지 임금과 원가 상승에 신음하다 2005년 중국 위안화 절상 조치 이후 대부분 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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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전까지 진출한 기업들이 2세대다. 이때 도·소매업과 서비스업의 독자 진출이 시작됐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와 현대자동차의 중국 진출, 국내 금융기관들의 중국 법인 설립이 본격화됐다. 중국 파트너가 토지와 건물을 현물로 출자하고 우리 기업이 현금과 기술을 투입하는 ‘중외합자’가 크게 늘었지만, 대부분 출범 3년 이내 분쟁이 급증하는 사태를 맞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류 식어
지금은 침이 마르고 속이 타지만
사드 제재는 지나는 태풍에 해당
이제는 중국 뚫을 채비 다시 해야  

3단계는 2008년 이후 중국의 12차 5개년 계획이 끝난 2015년 사이에 진출한 기업들이다. 이들은 앞선 세대와는 달리 중국 내수시장 개척을 목적으로 했고 중국 시장에서 쓴맛을 본 선배들의 경험을 학습했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중국 파트너의 입에 발린 말에 잘 넘어가지 않았다.

4세대 진출 기업은 2016년 이후 중국으로 나가고 있는 기업들이다. 사회 서비스 업종의 투자가 눈에 띄며 투자 요령도 영악해진 게 특징이다. 가급적 큰 투자는 중국 측에 넘기고 기술 지분을 챙기거나, 로열티 수익, 핵심 재료 판매 마진을 안전하게 챙기려 한다.

차이나 리스크는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중국에서 위험을 줄이려면 기본적인 중국 경제법을 이해하는 게 꼭 필요하다. 우리의 ‘상법’에 해당하는 중국의 ‘회사법’이 3자기업법(중외합자기업법, 외자기업법, 중외합작기업법)에 앞서 해석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외국인이 투자해 설립하는 기업들 대부분은 유한책임회사로서 주식회사와는 다른 정체성을 지닌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발행하는 주식이 없으니 당연히 1주당 액면가도 없다. 오직 지분율로만 권익이 표시된다. 이런 중국의 특이 사항을 이해하지 못하고 진출한 기업들은 분쟁에 휘말리기 일쑤다. 우리 기업이 중국에 가는 이유는 무언가. 돈 벌러 가는 것이다. 한데 세금에 대해 물으면 ‘나 몰라’ 식이다. 번 돈이라는 게 세금을 내고 내 호주머니에 들어온 순이익을 말하는데 세법을 공부하지 않는다는 건 아이러니다. 딱 두 가지만큼은 알자.

중국에서 기업소득세는 우리 법인세와 같다. 중국 세율은 지방세 없이 25%인데 우리 법인세 세율은 지방세 포함 22~24.2% 수준이다. 세율 면에서 큰 차이가 없으며 한·중 조세협정에 의거해 이중과세가 회피된다. 따라서 중국 법인의 이익을 변칙 또는 불법으로 한국으로 가져와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또 하나는 부가가치세 문제다. 우리나라에선 매입세액이 매출세액을 초과할 때 즉시 환급해 준다. 이에 해당하는 중국의 세금이 증치세인데, 우리 기업들은 한국과 같은 것으로 곧잘 오해한다. 중국에선 매입증치세가 매출증치세를 초과하더라도 환급해 주지 않고 이월시킨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드 보복에도 중국 휘젓는 강소기업

춤은 우리나라나 중국에 다 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돌그룹의 안무엔 중국에서 볼 수 없는 역동성이 있다. 한류가 중국에서 유행할 수 있었던 이유다. 즉 창의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상품은 어떠한 국가의 제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든다.

문화 영역뿐만이 아니다. 제약, 바이오, 화장품 등 분야에서도 창의적 상품과 창조적 발상을 통한 중국 진출 성공담은 곳곳에서 들린다. 항생제 신약 분야 벤처기업인 레고켐바이오가 중국 RMX 파마에 약 240억원 규모의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켰고 토종 바이오벤처 기업인 아스타는 미생물 분석기기 분야에서 중국 포선그룹에 약 6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교육산업 선두주자인 D 기업은 남들이 상상하지 못한 교사와 학생이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IT 기반 영어교육 콘텐트 상품으로 중국 유명 교육업체의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는 강력한 합작법인 설립 유혹을 뿌리치고 중국에서 창출되는 수십억원의 로열티 수익으로 중국식 맞춤상품을 개발한 뒤 2~3년 후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사드 사태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는 기업들이 대부분일 때 이들 강소(强小)기업들은 자신만의 기술력과 창의력, 창조적 사업전략을 갖고 뚜벅뚜벅 자신들의 길을 걸으며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진출을 위한 네 가지 금언(金言)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중국에서 분규가 생기는 걸 다 피하긴 어렵다. 중국 투자유치기관과의 갈등, 중국 세관과의 마찰, 현지 주민과의 충돌 등 다양한 갈등 요인이 존재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중국 진출 시 유의해야 할 사항 네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 번째는 투자 총액을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투자 방식을 지분(Equity) 투자와 대부(loan) 투자로 적절하게 나누라는 것이다. 우리로선 해외로 보낸 투자금의 안전한 회수와 세금을 공제한 후 실제로 손에 쥐는 이윤을 따져서 투자 규모를 설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자 원금은 사업 철수를 고민할 때쯤이면 대부분 회수가 어려운 매몰비용으로 변해 버린다. 따라서 대형 투자를 수반하는 장치산업일지라도 1기, 2기 등으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한 후 단계적으로 투자를 실행하는 게 좋다.

대부 투자의 효용은 생각보다 크다. 지분 투자가 연간 1회 배당이란 방식으로 과실송금하는 것에 비해 수시로 이자를 받을 수 있고, 해당 이자는 중국에서 손비 처리되므로 기업소득세를 아낄 수 있으며, 투자 원금 역시 현금 흐름이 좋을 때 언제든지 한국으로 가져올 수 있으니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진출 25년의 경험 토대로
차별화 상품으로 소비자 잡거나
창의적으로 사업 구조 설계하는
창조적 활동과 발상이 절대 필요

두 번째는 토지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개발구의 약속에 넘어가지 말라. 이런 제의는 고용 창출 및 세수 확보 등 중국의 이익과 직접적인 상관성이 있으나, 우리 기업들엔 실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 번째는 동업이 필요하다면 ‘합자’와 ‘합작’ 중 어느 게 좋은지를 따져야 한다. 둘의 차이는 크다. 지분율에 의해 결정되는 합자 방식에 비해 합작 방식은 당사자 간의 사적 약속을 중시하므로 자유로운 출자목적물 결정, 이윤분배율 차등화 등이 가능하고, 가치평가가 어려운 무형자산도 출자 지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끝으로 사업 구조를 창의적으로 설계하라는 것이다. 한국 경험만으로 중국 사업의 특수성을 이해하긴 어렵다. 중국 전문인력이 없어도 최고경영자(CEO) 자신이 충분히 시간을 갖고 중국에서 돈 버는 방법을 연구하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위험 축소 포트폴리오 전략을 충분히 구사할 수 있다.

◆박경하

부산대 경영학과 졸업. 2004년 이만수 변호사와 함께 중국전문컨설팅사인 엠케이차이나컨설팅을 공동 창업해 13년간 6000여 개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도왔다. 중소기업청 수출전문가, 중국한국상회 자문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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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하 엠케이차이나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