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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취향]연희동 요리 선생님이 스코틀랜드로 간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연희동 요리교실 구르케 레브쿠헨의 요리 선생 나카가와 히데코. [중앙포토]

연희동 요리교실 구르케 레브쿠헨의 요리 선생 나카가와 히데코. [중앙포토]

서울 연희동 골목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다보면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새하얀 2층집을 마주하게 된다. 일본 태생의 귀화 한국인 나카가와 히데코(中川秀子·50)가 운영하는 요리교실  ‘구르메 레브쿠헨’이다. 수강생은 그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보다 히데코의 한국 이름 ‘중천수자’의 (성 말고) 이름을 따 수자언니나 수자누나로 부른다. 독일·스페인·일본 등에 거주했던 경험을 살려 다국적 음식을 만드는데, 음식과 술과 수다가 있는 요리교실 분위기에 반해 찾아드는 수강생이 한 달에만 200여 명에 달한다. 연희동 주민뿐 아니라 은희경·천운영 등 유명 작가가 그녀의 팬을 자처한다. 레브쿠헨은 독일식 진저 브레드를 가리키는 말로, 히데코에게 ‘세상에는 참 다양한 맛이 있구나’라는 것을 일깨워준 음식이다. 히데코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레브쿠헨’을 찾아 부지런히 여행길에 오른다.

'구르메 레브쿠헨' 운영 나카가와 히데코 #독일·스페인·일본 거주한 코즈모폴리탄 #싱글 몰트 위스키 성지 아일라섬 인상깊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프랑스 요리 셰프였던 아버지가 서독 일본대사관에 부임하면서 초등학생 때 독일에 거주했다. 이후에는 스페인과 일본에서 살았고. 여행과 일상이 구분되지 않는 삶이었다. 1997년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24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요즘 들어서야 비행기를 타면 ‘여행이구나’ 싶다. 서양 문화에 많이 노출됐는데 얼마 전 태국 방콕에 처음 갔다. 서울보다 국제적인 도시이지만 골목골목은 로컬 문화가 살아 있더라. 그 차이를 오가는 게 즐거웠다. "

 여행에서 빼놓지 않는 일은. 

"요리교실 체험이 가능한 곳이면 꼭 한다. 방콕에서는 ‘블루 엘리펀트’라는 유명 레스토랑에서 태국 요리를 배웠다. 선생님과 함께 마을 장터에서 식재료를 함께 고르고, 그날 산 식재료로 커리와 똠양꿍 등 태국 요리를 만들었다. 내 요리 수업 때도 시장에서 장보는 과정을 접목해보고 싶지만 아직은 어렵다. 한국은 여전히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니까.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태국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싶었다. "

 여행 때 꼭 가져가는 물건이 있다면.

"최대한 가방을 비워서 간다. 그리고 꽉 채워 온다. 식료품이며 조리도구며 사올 것이 너무 많다. 요리에 관심이 많다보니 식료품점 투어에 한나절을 보낸다. 방콕에서도 카레가루로 만든 카레장, 태국식 고추장을 쓸어 담아 왔다. 여행을 다녀와서는, 인상적이었던 식료품을 한국에서도 구매할 수 있게 연희동 단골 마트인 '사러가 마트'에 입고 요청한다. 스페인 볶음밥 빠에야에 넣는 오징어먹물, 독일에서 봄을 상징하는 하얀색 아스파라거스 등을 이제는 동네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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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방’ 여행을 즐기는지.

"요리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술’로 이어진다. 사케나 와인만 선호하다가 최근에는 위스키의 매력에 빠졌다. 올 겨울 무라카미 하루키가 극찬한 위스키 성지 스코틀랜드 아일라 여행을 다녀온 뒤로 더 그렇다.

스코틀랜드 아일라 섬. 

스코틀랜드 아일라 섬.

육지에서 30분 경비행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작은 섬인데 오직 보리만 발아시켜서 단일 증류소에서 빚는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만드는 업체 10곳이 밀집돼 있다. 위스키도 와인처럼 기후 영향을 받더라. 바닷바람을 맞고 숙성한 아일라 위스키는 크레졸 냄새가 심하게 나는데, 이 맛에 중독되면 다른 위스키 맛이 느끼하게 느껴진다. 위스키에 어울리는 요리를 곁들이는 요리 교실도 열어볼 생각이다. "

스코틀랜드 아일라 섬을 오가는 경비행기. 

스코틀랜드 아일라 섬을 오가는 경비행기.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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