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작전이 들통난 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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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4강전 2국> ●이세돌 9단 ○커  제 9단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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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18~30)=지난해 3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가 열리는 동안, 이세돌 9단은 연이은 패배에도 좌절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알파고’의 수를 연구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9단은 1국이 끝난 뒤 저녁에 한국 바둑 국가대표선수들과 모여 포석 연구에 열중했다. 포석이 강한 커제 9단을 꺾기 위해선 초반 작전을 잘 세워야 한다고 판단한 것.

바둑은 본격적인 포석 싸움에 접어들고 있다. 우변이 일단락되고, 흑19로 걸치면서 좌상귀 터를 다지는 작업이 시작됐다. 22는 상호 좋은 자리. 이 9단은 흑23으로 좌하귀 화점에 날일자 걸친 다음, 흑27로 세 칸 벌려 뛰었다. 세 칸 벌림은 커제 9단에게 가운데로 들어와달라는 주문. 전날 집중적으로 연구한 게 바로 이 모양이었다. ‘참고도’는 이 9단이 예상했던 진행 중 하나.

참고도

참고도

그런데 커제 9단이 이 9단의 속마음을 읽고 있었던 걸까. 바로 들어오지 않고, 백28을 먼저 둬서 수순을 비틀어간다. 흑29로 놓자 그제야 백30으로 뛰어들어온다. 수순 몇 개가 달라졌을 뿐인데, 반상은 이 9단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됐다.

이 9단은 속으로 뜨끔했나 보다. 대국이 끝난 뒤 동료들을 찾아와 “국가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커제의 스파이가 있는 것 같다”고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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