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변죽을 올려야 하나, 울려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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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사회적으로 큰 화제를 모은 사건의 수사가 흐지부지 끝날 경우 신문 기사에선 "변죽만 울린 수사”와 같이 ‘변죽을 울리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간혹 “○○ 수사, 변죽만 올렸나”처럼 ‘변죽을 올린다’는 표현도 나온다.

이처럼 중심을 짚고 넘어가지 않고 그 주변만 건드렸을 때 ‘변죽을 울리다’ ‘변죽을 올리다’ 가운데 어느 것이 바른 표현일까.

정답은 ‘변죽을 울리다’. ‘변죽’ 뒤에 ‘울리다’를 써야 하는지, ‘올리다’를 써야 하는지 헷갈리는 이유는 ‘변죽’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다.

‘변죽’은 그릇이나 세간, 과녁 등의 가장자리를 일컫는다. ‘변죽을 울리다’는 원래 콕 집어 얘기하지 않고 에둘러 말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런 물건들의 가장자리를 두들기면 가운데까지 울려서 다 알게 된다는 뜻이다.

‘변죽을 치면 복판이 운다’는 속담도 있다. 가장자리를 치면 울려서 복판까지 도달한다는 의미로, 눈치 빠른 사람은 에둘러 말해도 어떤 의미인지 알아챈다는 뜻이다.

‘변죽을 울리다’는 이렇듯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돌려 말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핵심은 찌르지 못하고 주변의 가장자리만 건드린다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변죽을 울린 부실 수사” 등의 표현이 이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변죽을 울리다’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표현으로 ‘변죽을 치다’도 있다. 변죽을 쳐서 울리게 한다고 생각하면 ‘올리다’를 쓸지 ‘울리다’를 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있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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