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국의 ‘외과수술식 북한 공격’ 묵인 시사한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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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5일 북한의 건군절(인민군 창건)을 앞두고 한반도 상황이 또다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대북 압박 공조에 나선 미·중을 향해 결사항전 의지를 거듭 나타내는 등 도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내일 건군절 앞두고 핵·미사일 실험 가능성 #백악관, 상원의원에 대북정책 비공개 브리핑

만약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미국이 그어 놓은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예방적 타격’과 같은 파국적 상황을 피할 수 없음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요즘 상황을 보면 북한이 의도적으로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듯하다. 북한은 지난 21일 “수소탄에서부터 대륙간탄도로켓(ICBM)에 이르기까지 가질 건 다 가지고 있다”며 “평화를 위해 특단의 선택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22일에도 “미국이 대결을 바란다면 끝까지 가겠다”고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말뿐 아니다. 북한 내 움직임으로 보아 김정은 정권은 도발 준비도 하는 듯하다. 북한은 최근 풍계리 핵 실험장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켰다고 한다. 전례로 보아 핵실험을 준비 중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정권이 지난 20여 년간 구사했던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이 계속 통할 걸로 믿으면 이는 오산 중 오산이다. 북한은 세상 바뀐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영원한 우방으로 여겼을 중국부터 태도가 급변했다. 시진핑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해 온 관영 매체의 논조를 보면 중국의 대북 정책이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 있다. 최근 환구시보는 “한·미 양국이 38선을 넘어 북한을 공격하면 중국도 즉각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전례 없는 이야기를 했다. “미국이 고려하는 ‘외과수술식 공격’에 대해서는 외교적 수단으로 반대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문맥상 핵 실험장이나 미사일 발사장 등을 골라 때릴 경우 외교 채널을 통한 반대 정도에 그칠 거란 얘기다. 사실상 묵인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뿐만 아니라 그전엔 전혀 없던 대북 송유 중단 얘기까지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미국 쪽 상황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공격 가능성은 훨씬 더 농후해 보인다.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건군절 직후인 26·27일께 동해에 진입해 특단의 사태에 대비하게 된다. 이에 맞춘 듯 26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 상원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북 정책을 설명한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설명회가 비공개로 열린다는 점이다. 비공개인 이유가 군사 기밀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예방적 타격을 고려 중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종전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김정은 정권은 깨달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밀약을 맺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세상 바뀐 줄 모르고 도발을 일삼았다간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다는 걸 김정은 정권은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