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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OOK] 집에서 식물 잘 키우는 법

중앙일보

입력

왜 내 손이 닿기만 하면 싱그럽게 자라던 화초들도 시들시들 말라가는 걸까? 풀 죽은 식물들을 보다 못한 에디터, 식물 키우기 마이너스 손에서 탈출하는 비법을 찾아나섰다.

'풀’ 죽이지 않는 법

자연을 그리워하고 가까이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고 한다. 실내에서 ‘굳이’ 식물을 키우는 건 다 이런데서 비롯되었을 거다. 식물을 키우면 심리적 안정감은 물론이고 미세먼지 제거, 공기 정화, 가습, 음이온 배출 등 여러 실용적인 효과도 있다.

실제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1990년대 50종의 식물을 대상으로 연구한 실험에서 식물이 휘발성 유해 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등을 제거하는 능력이 탁월함을 밝혀냈다. 야자류를 비롯해 관음죽, 고무나무, 보스턴 고사리, 스피티 필름 등이 대표적인 공기 정화 식물.

이런 기능 외에 식물 자체의 아름다움과 편안함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에디터도 그런 면에서 빠지지 않아, 회사 근처 꽃집을 지날 때마다 식물을 하나둘 사들이다 보니 어느새 사무실 창가에 나만의 미니 가든이 꾸며졌다. 처음엔 무럭무럭 잘 자랐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일이 많아지고 마감으로 쫓기면서 물 주는 걸 자꾸 잊게 됐다. 책상에 올려둔 라벤더는 물을 안 줘 말라 죽은 채 마감 후 발견됐고, 창가의 줄리아페페는 줄기를 힘차게 뻗으며 잘 자랐는데 마감이 끝나고 보니 눈물처럼 잎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 죄책감에 물을 잔뜩 주었더니 이번에는 그나마 잘 자라던 알로에와 청옥마저 급속도로 무르기 시작했다. 물을 자주 안 줘도 잘 자란다던 스투키, 덩굴이 금세라도 넘실거릴 것 같던 아이비 역시 얼마 못 가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여름내 청명한 연둣빛으로 즐거움을 주던 디펜바키아 마리안은 잎 끝이 갈색으로 말라갔고, 동백나무는 꽃망울이 맺히나 싶더니 꽃 대신 잎이 원망하듯 툭툭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렸다. 물도 주라는 기간에 맞춰 주고 햇볕도 잘 드는 것 같은데, 뭐가 문제였던 걸까? 이대로 뒀다간 남아 있는 식물마저 다 죽일 것 같아 가드닝 서적을 뒤지고,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물, 제대로 주고 있습니까?

막상 책을 읽어보니 식물에 관해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첫 번째 잘못은 물 주기에 대한 오해. 사람들은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세요’라고 들으면 식물의 상태와 관계없이 정해진 시기에 물을 준다. 그러나 식물이 놓인 환경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일률적으로 물을 주다간 죽이기 십상. 얇고 하늘하늘한 줄기와 잎을 가진 식물은 수분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같은 식물이라도 풍성하게 자라 잎이 많은 경우, 화분이 작아 흙이 적어 물이 금세 마를 경우,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는 장소에 둔 경우에도 물을 더 자주 줘야 한다.

1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잎이 매력적인 트리안. 건조한 환경에 약하므로 겉흙이 마르면 물을 흠뻑 주고 창가에 둔다.
2 다육 식물인 청옥은 건조에 강하므로 물을 너무 자주 주지 말고 밝은 곳에 두자.
3 이국적인 잎사귀를 가진 알로카시아. 속흙이 마르면 물을 준다. 가습 효과가 뛰어난 식물. 4 홍페페.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며 전자파 제거 능력이 있어 방에서 키우기에 제격.
5 산세비에리아의 일종인 스투키. 음지에 잘 적응하며 다른 식물에 비해 30배 이상 음이온을 배출하는 게 특징.
6 다육질 잎을 지녀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호야. 햇볕을 하루 12시간 이상 쬐어주면 꽃피우는 걸 볼 수 있다.
7 선인장 종류로 건조한 환경을 좋아하는 꽃기린. 일 년 내내 꽃이 피어 매력적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 경우 물을 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물을 많이 줘서 죽이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 마치 과보호와 극성으로 귀한 자식을 망치는 이치와 같다.

『화초 기르기를 시작하다』의 저자인 플로리스트 전영은은 대부분의 식물은 겉흙이 마른 후 물을 흠뻑 주는 것이 좋고, 과습에 약한 식물(고무나무, 호야, 다육 식물 등)은 손가락이나 나무젓가락으로 흙을 찔러 속흙이 말랐을 때 흠뻑 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흠뻑’이란 흙이 다 젖어 물이 화분 밑구멍으로 흘러나올 정도를 말한다. 초보자의 경우, 장식용으로 올려둔 마사토나 색돌을 빼고 흙 상태를 관찰해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흙과 화분의 소재, 배수 구멍 역시 고려 대상. 꽃이 피는 시기에는 물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자주 주고,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적게 주되 햇볕이 강해 금방 건조해지는 곳에 뒀다면 틈틈이 줘야 한다. 이때 직사광선 아래에서 물을 주면 잎에 맺힌 물방울이 돋보기 역할을 해 잎을 태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야자류나 관음죽, 호접란 같은 대부분의 관엽 식물은 열대 우림의 습한 기후를 좋아하므로 물을 줄 때 공중에도 분무해 커다란 잎이 수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밖에도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만큼 물 주기 요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 주기 3년’이라고, 농사를 짓거나 식물을 키울 때 물 주기를 잘하려면 3년이 필요하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1 줄리아페페. 잎이 다육질이라 물을 너무 자주 주면 뿌리가 무른다. 밤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기 때문에 침실에 두면 좋다.
2 실내에서도 잘 자라는 테이블 야자. 공기 정화 능력부터 가습 능력까지 따라올 자가 없다.
3 잎이 멋스러운 벵갈고무나무. NASA의 에코 플랜트 4위를 차지할 정도로 포름알데히드, 암모니아, 미세먼지 제거 능력이 뛰어나다.
4 실외 환경에서 잘 자라는 허브. 라벤더를 실내에서 키우고 싶다면 햇볕과 바람을 충분히 쏘일 것.
5 병충해 피해가 적고 반그늘에서도 예쁘게 늘어져 잘 자라는 아이비. 공중에 분무해 습도를 높여줄 것.

음지에서 잘 버티는 식물이 있을 뿐

다음으로 두 번째 잘못은 햇볕에 대한 착각. 햇볕 없이도 잘 자라는 식물이라고 해서 실내에만 뒀더니 웃자라고 말았다. ‘가드너스 와이프’를 운영하고 있는 가드너 강세종은 '음지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 아니라 ‘음지에서 잘 버티는 식물’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고사리, 베고니아, 산세비에리아, 야자류, 페페로미아 등 잎이 얇고 넓어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편인 식물도 가끔씩 햇볕을 쬐어줘야 한단 얘기.

마지막으로 세 번째 잘못은 햇볕과 물만 주면 식물이 잘 자란다고 단순하게 생각한 점이다. 그동안 내가 가장 간과한 사항은 바로 통풍. 창을 열어 환기를 자주 시키고 식물 배치 간격을 떨어트려 식물 잎 사이사이로 바람이 통하게 해야 건강하게 자라고 병충해도 옮지 않는다. 잎이 무성하다면 눈물을 머금고 가지치기와 잎을 솎아내는 작업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분갈이와 비료 주기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간혹 분갈이를 집 주변에서 푼 흙으로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 경우 병충해가 옮거나 잡초 씨앗이 섞일 수 있기 때문에 소독된 원예용 흙을 구입하는 게 현명하다.

여기까지 읽고 ‘그래, 역시 나는 식물을 키워선 안 되는 사람이야’, ‘내 몸 하나 챙기기 힘든데 저걸 언제 다 해?’란 생각이 든다면 들인 노력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기쁨을 주는 것이 식물 키우기임을 알려주고 싶다. 얼마 전엔 물그릇에 담가두고 5년 넘게 키운 행운목이 처음 꽃을 피운 것도 보았다. 누구는 식물이 생존 환경이 좋지 않아 번식이 필요할 때 꽃을 피운다지만, 그런 얘기들과 상관없이 온 집 안을 가득 채운 화사한 꽃향기에 집에 들어설 때마다 코를 킁킁대며 행복해했던 기억이 난다. 모든 식물이 다 까다롭진 않다. 지금 이 페이지를 채운 식물들은 앞에서 말한 물 주기 기본만 지켜도 비교적 실내에서 잘 자라는 종류들이다. 처음은 한두 개의 화분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참고 도서 『화초 기르기를 시작하다』(전영은, 하서), 『그녀의 작은 정원』(오하나, 넥서스북스), 『올 어바웃 플라워숍』(엄지영·강세종,북하우스),『관엽식물 가이드 155』(와타나베 히토시, 김현정 감수, 그린홈), 『식물수집가』(어반북스콘텐츠랩, 위즈덤하우스)

EDITOR 이현정(lee.hyeonjeong@joins.com)
PHOTOGRAPHER 박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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