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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보울 우승팀 백악관 방문도 '대안적 진실'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17 수퍼보울 우승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선수단이 20일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서 기념 저지를 선물하고 있다. [백악관 유튜브 영상 캡쳐]

2017 수퍼보울 우승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선수단이 20일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서 기념 저지를 선물하고 있다. [백악관 유튜브 영상 캡쳐]

 미국 대통령이 미국 프로풋볼(NFL) 수퍼보울 우승팀을 백악관에 초청하는 건 오랜 전통의 행사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수퍼보울 우승팀 초청행사에서부터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NYT서 2015년과 2017년 행사 사진 비교 #뉴잉글랜드 구단서 SNS에 이례적 해명글 #톰 브래디 등 불참에 트럼프 표정만 '머쓱'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수퍼보울 챔피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선수단을 만났다. 2015년에 이어 2년 만에 백악관을 다시 찾은 뉴잉글랜드 선수단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가들이 (우승이) 힘들 거라고 했을 때 여러분들이 수퍼보울 사상 가장 멋진 역전승을 거뒀다'고 찬사를 보냈다. 뉴잉글랜드는 2월 5일 수퍼보울에서 4쿼터 초반까지 애틀랜타 팰컨스에 3-28로 25점을 뒤지다가 막판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으로 승부를 끌고가 34-28로 역전승했다.

 뒷말이 나온 건 뉴욕타임스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번 방문행사 사진을 2015년 행사 때와 비교한 사진하면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인 2015년 행사 때는 양쪽 계단이 꽉 들어찰 정도로 많은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백악관을 찾았다. 그런데 올해 사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무대 주변에만 선수들이 들어찼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일이 커진 건 뉴잉글랜드 구단이 트위터를 통해 해명을 하면서다. 뉴잉글랜드 구단 측은 '이 사진들은 자초지종에 대한 설명(context)이 부족하다. 2015년엔 40명이 넘는 스태프들이 계단에 섰다. 그러나 이번엔 그들이 잔디밭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지 W.부시 전 대통령 시절인 2005년 행사사진과 비교하면서 '당시 36명이 참석했고 이번엔 34명이 있었다'고 부연설명했다. 백악관이 아닌 구단측의 이같은 해명을 두고 "구단이 트럼프 대통령 심기를 염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백악관측은 "올해는 선수 34명이 참석했고,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지금 크게 거론되고 있다. 왜 그런지 궁금하다"며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런데 이번 논란을 가만히 보면 1월 20일 워싱턴DC의 국회의사당 마당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자 논란 때와 유사한다. 당시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이 그날의 취임식 참관인파 사진을 2009년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 때와 비교했다. 한산하고 빈 자리가 눈에 많이 띄는 트럼프 때와 다리 오바마 때 사진은 인파가 가득 들어찼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하면서 봤을 때 군중이 100만∼150만 명은 돼 보였다"고 주장하며 언론의 고의적인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워싱턴포스트가 국립공원관리청 사진을 공개하며 '더 많은 군중이 모인 오바마 취임식 사진이 여기 있다'며 보도하자, 백악관이 '대안적 진실(alternative fact)'라는 용어를 동원했고 이 용어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트럼프를 반대하는 일부 뉴잉글랜드 선수들은 수퍼보울 우승 직후부터 공개적으로 불참을 선언했고, 실제로도 불참했다. 수퍼보울 영웅인 쿼터백 톰 브래디(40)는 "몇 가지 집안 사정으로 참석이 어렵다"고 밝힌 뒤 백악관을 방문하지 않았다. 그는 2015년에도 백악관을 방문하지 않았다. 수비수 마르텔러스 베넷, 크리스 롱, 러닝백 르가레트 블론트 등이 백악관을 찾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환영연설 도중 한 선수를 찾다가 불참 사실을 알고 머쓱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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