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희망,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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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선을 앞두고 ‘아동정책, 공약 제안서’를 발표한 이제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회장. [김현동 기자]

대선을 앞두고 ‘아동정책, 공약 제안서’를 발표한 이제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회장. [김현동 기자]

‘어린이들이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구문(舊聞)으로 느껴질 이 말이 이제훈(77)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회장에게는 매일 새롭다. 7년 간 어린이들을 위한 재단 회장직을 맡아온 그의 최대 임무이자 소신이기 때문이다. 늘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을 어떻게 키워 나가야 할까’ 질문하고 답을 찾는다.

이제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회장 #1월부터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 #‘공부 시간 너무 많아 힘들다’ 등 #8600명이 1만1300건 정책 제안 #“경제 나아졌지만 정서 환경 악화”

자연스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고민도 어린이를 향해 있다. 대통령 선거의 해를 맞은 올해 1월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만 18세 미만 아동 8600여 명에게서 1만1300여 건의 정책 제안을 받았다. 선거권이 없어 자신들을 둘러싼 문제에서 소외되기 쉬운 아동들을 위한 캠페인 ‘미래에서 온 투표’(작은 사진)다.

‘공부 시간이 너무 많아 힘들다’ ‘범죄 없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 등 아이들이 낸 의견을 분야별로 정리해 대선 주자들의 캠프에 전달했다. 이 회장은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제안을 보니 경제적 환경은 더 나아졌을지 몰라도 정서적 환경은 훨씬 나빠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의 환경이 어떻게 나빠지고 있는가.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 스스로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좋은 학교, 높은 성적을 위해 아이들에게 ‘규격화’ 된 삶을 강조하는 부모의 욕심이 스트레스를 키웠다. 세상은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하는데 아이들이 처한 환경은 그렇지가 않다.”
인성교육을 늘 강조해왔는데.
“타인과 함께 사는 세상에서는 내가 존중받는만큼 다른 사람도 존중해야 한다. 옛날에는 조부모·부모·형제 다 모여 살며 자연스럽게 ‘밥상머리 교육’이 됐는데 요새는 그게 안 된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인성교육은 배려와 사회성,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부모·선생님에게 ‘감사편지 쓰기’ 캠페인을 한 것도 그 일환이다.”
올해 역점 사업은.
“정책 제안 등 아동 환경 개선을 위한 애드보커시(Advocacy·이념에 대한 지지) 활동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국에 아동옹호센터 총 7곳을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 해외 아동 지원사업 비중 또한 점차 넓혀갈 생각이다.”

기자 출신으로 신문사 사장과 한국신문협회 부회장 등을 지낸 이 회장은 은퇴하면서 “남은 인생은 사회를 위한 활동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0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회장을 맡게 되면서 재단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사업을 아동 지원 위주로 개편하고 연구소를 만들어 어린이재단만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확립했다. 그 사이 후원자 수는 4배 가까이로 늘었다.

회장직을 맡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수많은 후원자들의 사연과 그 후원을 받고 훌륭히 성장한 어린이들을 볼 때 가장 보람이 있다. 특히 지난해 리우 올림픽 때 재단이 후원한 박상영(22) 펜싱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박 선수가 그해 9월 후원자 행사 때 3000명 가까운 관중 앞에서 ‘감사하다’며 내게 금메달을 걸어줬다. 바로 돌려주긴 했지만 정말 감격스러웠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나아갈 방향은.
“올해가 창립 69주년이다. 어린이재단의 신조는 늘 한결같다. 모든 아동 이슈에 대해 아이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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