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만에 100억원 완판"…돌아온 '선거 펀드'

중앙일보

입력

제19대 대선을 20일 앞두고 후보 이름을 딴 펀드가 다시 돌아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포문을 열었다. 19일 오전 9시에 투자자를 모집하기 시작한 문재인 펀드가 1시간 만에 '완판' 됐다. 한 사람당 투자금 제한이 없어 목표 금액 100억원이 금방 찼다.

이름만 '펀드', 사실상 개인간 돈거래 #후보 득표율 한자릿수면 원금 손실 가능성 #연 3.6% 금리에 일반 투자자도 관심

하지만 헷갈려선 안 된다. 이름은 펀드지만 일반적인 공모펀드 상품은 아니다. 단순히 돈을 빌리고 향후 이자를 얹어 돌려주는 개인간 금전 거래에 가깝다. 목적도 뚜렷하다. 대선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당 차원에서 출시한 것이다.

1시간 만에 100억원 채운 '문재인 펀드'. [더불어민주당 제공]

1시간 만에 100억원 채운 '문재인 펀드'.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자는 연 3.6%다. 16개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를 적용했다. 문 후보 득표율이 15%를 넘으면 국고에서 선거비용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투자자는 국고 보조금이 보전되는 다음 날인 7월 19일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 득표율이 10~15%라면 선거 비용의 절반을 돌려받는다. 10% 미만이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최악의 경우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투자자에게 이자가 지급되기 때문에 일반 후원금도 아니다.

따라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대신 이자 소득에 대해 이자소득세 25%와 지방소득세 2.5%를 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날 펀드에 참여한 대부분이 문 후보의 지지자일 것"이라며 "그러나 유력 후보들은 원금 손실 위험이 적기 때문에 모금이 더 용이하고 수익률도 좋아 일반 투자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캠프 측에선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지난 2012년엔 한 펀드 투자 상담사가 정치인 펀드에 대해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법조계에선 "영리 목적이 아니고 지속적이지 않기 때문에 유사수신 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선거 펀드 원조는 2010년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유시민 펀드'로 꼽힌다. 당시 연 2.45% 이자를 약속하고 41억원을 모았다.

선거에는 졌지만 15% 득표율을 기록해 원금과 약정 이자를 투자자에게 돌려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에서 출시 사흘이 안돼 목표한 200억원을 모았다. 문재인 후보는 2012년 대선 때도 '담쟁이 펀드'라는 이름으로 300억원을 모은 바 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