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서 5등으로, 세월 못 이긴 타워팰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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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서울 도곡동에 들어선 타워팰리스. 국내 초고층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렸다. 이 중에도 최상층부에 면적이 330㎡(약 100평)를 넘는 최고급 아파트가 있다. 타워팰리스 1차 61층에 있는 337㎡(전용 244㎡ 이하 전용면적)형이다.

전용 244㎡ 한때 40억, 이젠 30억 #같은 기간 강남구 아파트는 2% 상승 #한강변 조망권 갖춘 주거지역 부상 #한남더힐 244㎡ 51억으로 가장 비싸

몸값이 어느 정도일까. 정부의 공인가격인 공시가격은 입주 직후인 2003년 1월 1일 기준 18억원에서 주택 호황기였던 2007년 1월 1일 40억800만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올 1월 1일 기준 예정 공시가격은 30억원. 10년 새 10억여원(25%)이 떨어졌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18%의 상승률을 나타냈고, 이 아파트가 속한 강남구는 소폭이나마 2% 올랐다. 타워팰리스 1차에 이어 2년 뒤 완공된 서울 시내 최고층인 타워팰리스 3차의 꼭대기 층인 69층의 전용면적 235㎡ 아파트. 2007년 39억2000만원이던 공시가격이 올해 28억8000만원으로 잠정 정해졌다.

초고층 럭셔리 펜트하우스(꼭대기 층 고급주택)인 ‘하늘 궁전’ 시대를 연 타워팰리스의 가격 예전같지 않다. 전통의 강남 초고층 아파트가 밀려나고 한강변 주거지역의 새 아파트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용면적 244㎡ 안팎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1000가구가량이다. 전체 980만 가구의 0.01%에 불과하다. 본지는 이중 대표적인 11개 아파트 단지 펜트하우스의 올해 예정 공시가격을 조사했다. 럭셔리 펜트하우스는 거래가 거의 없어 시세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몸값을 가늠하는 데는 공시가격이 적합하다. 공시가격은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정부가 재산세 등 세금 부과기준으로 삼기 위해 감정평가를 거쳐 정하는 금액이다. 대개 시세의 70~80% 선이다. 올해 공시가격은 3월 15일부터 지난 4일까지 예정가격 열람을 거쳐 이달 말 확정고시된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244㎡이 51억4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역대 아파트 공시가격으로 최고금액이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는 2004년 완공돼 2005년 공시가격에 처음 이름을 올릴 때부터 타워팰리스를 눌렀다. 타워팰리스 1차 244㎡는 2011년까지 7년간 2위 자리를 지키다 2011년 한꺼번에 등장한 다른 단지들에도 밀렸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43층 241㎡이 34억원으로 타워팰리스(32억원)보다 2억원 더 높았다. 부산시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80층 222㎡는 잠정 공시가격이 31억8000여만원이었다.

신흥 강자는 지난해 입주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다. 이 아파트 32층 234㎡는 40억원 정도로 타워팰리스보다 10억원 더 비싸다.

타워팰리스가 밀린 것은 럭셔리 펜트하우스가 늘며 희소성이 떨어진 데다 주택 품질이 예전과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타워팰리스 1차는 올해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연한인 준공 15년을 맞았다.

타워팰리스의 퇴조와 함께 한남더힐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남더힐 펜트하우스 3층이지만 2011년 6월 1일 39억7600만원을 시작으로 6년 반 동안 67%나 급등했다. 서울 중구 신당동 지상공인 전경택 대표는 “한남더힐은 한강변 등 입지 여건도 손색 없다”며 “저층이라 다른 아파트보다 대지 지분이 넓고 쾌적하다”고 말했다.국민은행 박원갑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럭셔리 펜트하우스 시장에도 ‘신상’(신상품)이 뜨고 쾌적성이 비중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남더힐 펜트하우스 보유세 4300여만원=럭셔리펜트하우스는 보유세 부담이 크다. 펜트하우스 한 채만 갖고 있다고 보면 9억원 초과분에 종합부동산세가 나온다. 세율은 공시가격에 따라 0.5~1%다. 공시가격 51억400만원인 한남더힐의 경우 재산세 1800여만원, 종부세 2500여만원 등 전체 보유세가 4300여만원이다. 공시가격 30억원인 타워팰리스 보유세는 2000여만원이다.

몇 년 후엔 럭셔리 펜트하우스의 세대 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다. 초고층 펜트하우스가 다시 분양되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뚝섬에 짓는 49층 아크로서울포레스트 꼭대기에 전용면적 261~273㎡ 6가구를 다음달 분양한다. 효성도 같은달 용산에서 분양하는 43층 높이의 효성 해링턴 플레이스에 237㎡ 2가구를 선보인다.

안장원·황의영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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