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신동'에 무너진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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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지 않은 참패였다. 불과 두달 전 부산에서 3-0으로 제압했던 상대였다.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어린 선수들이라 종종 극단적인 경기 내용을 보이긴 하지만 정도가 심했다.

한국이 14일 밤(한국시간) 핀란드 라티에서 벌어진 17세 이하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D조 예선 첫 경기에서 미국에 1-6으로 대패했다. 한국은 전반 11분 상대 수비 오웬스의 자책골로 앞서나갔으나 이후 소나기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가나 출신 '14세 축구신동' 프레디 아두는 대회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놀라운 기량을 과시했다.

전반 15분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16분 아두의 개인기가 우리 수비를 무너뜨렸다. 미드필드 가운데서 볼을 잡은 아두가 패스를 줄 듯 하며 툭툭 볼을 치고 나갔다. 중앙 수비 두명이 있었지만 아두는 그 사이를 폭발적인 스피드로 빠져나가 골키퍼까지 제치고 동점골을 넣었다. 이후 분위기는 미국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한국은 카메룬과의 연습경기에서 다쳐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한동원(안양)과 이상협(동북고)의 중앙 미드필더 라인이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 밀려 주도권을 내준 것이 대패의 빌미가 됐다.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전반 39분 신영록(수원)이 수비 두명을 등지고 날린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반면 미국은 후반 8분 한국 수비의 발을 맞은 볼이 완벽한 단독찬스로 연결돼 3-1로 달아났고, 29분에는 코너킥에서 흘러나온 볼을 커프만이 툭 차올린 게 골대를 맞고 골인됐다.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 한국 수비진을 아두가 뒤흔들었다. 후반 44분 웟슨의 패스를 받은 아두가 수비수 한명을 여유있게 제친 뒤 골문 귀퉁이로 볼을 꽂아넣었다. 아두는 인저리타임에 얻은 페널티킥마저 성공시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한국은 예상 밖의 대패로 8강 진출이 험난하게 됐다. 17일 2차전 상대는 강호 스페인. 골득실에서 크게 불리해진 한국은 스페인과 시에라리온을 다 이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영재 기자

◆ 15일 전적

▶D조 (라티)

한 국 1:6 미 국

(득) 오언스(전11.자책골, 전26) 아두(전16, 후44, 후47) 왓슨(후9) 커프만(후30.이상 미국)

스 페 인 3:3 시에라리온

(득) 데이비드(전8) 시시(전15) 시스코(후51.이상 스페인), 사무엘(전34, 전36, 후28.시에라리온)

▶C조 (탐페레)

브 라 질 1:1 카 메 룬

포 르 투 갈 4:3 예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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