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쟁점] 대법관, 실무형이냐 정책형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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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법개혁은 10여년 전부터 줄기차게 논의돼 왔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표류해왔다. 사법개혁 쟁점은 크게 ▶대법관 인선 기준▶대법관 임명 방식▶법관 인사제도▶법관 임명제도 등 네 가지다.

이번 사태의 계기가 된 대법관 인선 기준의 경우 "기수.서열에 따라 법원장급 법관 중 실무능력이 뛰어나고 자질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대법원 입장과 "소수자 등의 목소리도 반영될 수 있도록 진보 .개혁적 인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재야법조계 및 개혁성향 법관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법원은 "우리 대법원의 경우 매년 2만건 넘는 판결 선고를 해야 할 정도로 업무가 과중하다"며 "따라서 실무능력이 검증된 대법관을 뽑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개혁세력은 "대법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역시 대법원의 몫"이라며 "다양한 이념 성향을 가진 대법관들로 대법원을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대법관 인선 기준에 대한 논란은 곧 대법관 임명 방식에 대한 이견(異見)과 맞닿아 있다. 다양한 인사의 대법관 임명을 주장하는 쪽은 "전적으로 대법원장 권한으로 돼 있는 임명 방식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한 자문위원회가 아닌 시민단체.변호사 단체 인사들이 참여하는 대법관 추천위원회 등을 신설, 대법관 인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측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엄연히 헌법으로 보장돼 있다"면서 제청권을 제한하려는 듯한 외부 움직임을 압력 또는 외풍(外風)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법관들의 누적된 불만 중의 하나인 법관 인사제도를 두고 개혁 세력들은 "임관 성적 위주의 서열제도를 없애고, 승진 탈락자는 법원을 떠나게 만드는 고등부장 승진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요구한다.

"법관들이 근무평정에 신경쓰느라 소신껏 판결하기 힘들고 부장판사급 법관들이 변호사 개업에 나서 전관예우의 폐단이 생긴다"는 논리다. 대법원은 이런 불만과 관련, 지난 3월에 인사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해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다.

법관 임명 제도와 관련, 주로 재야단체들을 중심으로 "변호사.검사 등도 법관으로 임용하는 법조 일원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조 일원화에 앞서 ▶법관 처우 개선▶변호사 수 확충▶변호사에 대한 국민 신뢰 향상 등 여러 전제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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