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변호' 고함친 최순실,"대통령은 사심없는 분 모욕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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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이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를 실소유했다는 사실을 안 대통령이 도와주려 한 것 아닙니까.” (검사)
“40년 간 대통령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동생분(박지만씨)과도 일이 연루될까봐 (왕래를) 안 하는데 제가 연계돼 있다면 안 그러셨을 겁니다.” (최순실씨)

최순실씨가 “대통령은 사심 있는 사람이 아니다”며 박 전 대통령을 적극 변호하고 나섰다. 40년 지기인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부인하는 동시에 자신과 엮인 공모 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의 직권남용 혐의 재판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비롯해 두 사람 간의 공모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자 최씨는 “몇 십 년의 세월을 여기서 다 말 할 순 없고 저는 의리와 신의를 지켰고 그분을 존경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취임 전까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옆에 있어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는데 맞냐”는 질문에는 “항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항상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한 추궁이 시작되자 최씨는 본격적으로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쏟아냈다.

최씨는 “제가 (재단을 살펴봐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말의) 뜻을 확대 해석했던 것 같다. 대통령님은 앞에 나서서 해달라고 한 건 아닌데, 제가 당시 딸을 보러 독일에도 가야해서 남은 기간 동안 지나치게 열정적으로 과욕을 부리다 보니 불상사가 일어난 것 같아 정말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르재단은 전부 차은택씨의 사람들로 이뤄져 있었고, K스포츠재단 사업은 고영태씨와 측근들이 한 것이다. 차씨나 고씨나 똑같은 사람인데 두 사람을 대통령 측근에 두지 않았다면 오늘날 같은 일이 없었을 것 같다”고 결백을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이 집중되자 최씨는 특유의 빠르고 공격적인 말투로 답변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은 육영재단과 정수장학회 등에서 재직한 경험이 있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퇴임 뒤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운영하려던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최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제가 아는 대통령님은 그런 사심 있는 사람이 아니다.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을 모욕적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고 소리쳤다. 최씨가 계속해서 날선 반응을 보이자 재판부는 “신경질적으로 답하지 말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이날 최씨는 수의가 아닌 검은색 긴 자켓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신문이 이어졌지만 최씨는 “대통령께 확인한 사항이냐” ”증거가 있으면 먼저 대고 얘기하라“며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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