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수치 왜 달랐나

중앙일보

입력

19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기간 첫날인 17일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들을 놓고 각 캠프가 설왕설래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바른정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꽤 달랐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조사(15~16일 조사)에선 문 후보 38.5%, 안 후보 37.3%로 1.2%포인트 차이(이하 다자구도 기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였으나,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14~15일 조사에선 문 후보 46.9%, 안 후보 34.4%로 12.5%포인트 차이가 났다.


이에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각 조사기관의 설문 구성 차이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중앙일보 조사에선 먼저 가장 지지하는 후보를 묻고, 응답하지 않는 경우엔 “누구를 조금이라도 더 낫다고 생각하냐”고 재질문을 던졌다. 이 때문에 ‘지지후보 없음’과 ‘모름/무응답’이 합쳐서 8.6%에 불과했다.

반면 조선일보-칸타퍼블릭 조사(14~15일 실시, 문재인 36.3%, 안철수 31.0%)는 5명 후보를 열거한 뒤 “누가 대통령이 되는게 조금이라도 더 좋다고 생각하냐”고 한번만 물었다. 그래서 지지후보가 ‘없다/모르겠다’는 응답이 20.6%나 나왔다.

지지후보 질문을 한번만 하는게 실제 투표 결과와 정확한지, ‘모름/무응답’층을 대상으로 한 번 더 묻는게 정확한지는 조사기관마다 견해가 다르다. 다만 익명을 요청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안철수 후보 지지층은 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집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모름/무응답’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며 “이 ‘모름/무응답’층을 대상으로 재질문을 실시하냐에 따라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조사에서도 지지도를 묻느냐, 호감도를 묻느냐에 따라 수치가 변할 수 있다. 서울경제-한국리서치(15~16일) 조사에서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모름/무응답 대상 재질문 포함)”는 질문엔 문 후보 42.6%, 안 후보 35.6%로 나타났다. 하지만 “누구에게 조금이라도 더 호감이 가냐”고 물었더니 문 후보 36.4%, 안 후보 33.6%로 차이가 좁혀졌다. 똑같이 칸타퍼블릭에서 수행한 조사도 조선일보 의뢰냐 SBS 의뢰(14~15일, 문재인 35.8%, 안철수 30.2%)냐 따라 수치가 다른 것도 이같은 설문 요인이 크다.

응답율 차이도 수치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중앙일보 조사의 응답율은 31.0%였고, 서울경제-한국리서치 24%, KSOI 17.3%, 조선일보-칸타퍼블릭 15.3% 등이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염미애 차장은 “여론조사기관이 난립해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중앙일보’라는 공신력 있는 언론 기관이 직접 수행하는 조사는 응답 거부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고, 특히 몇월 몇일자로 보도가 된다는 일정까지 고지하기 때문에 응답자의 신뢰감을 높인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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