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金 가족의 16년] 온가족 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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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고.시댁의 학대.이혼.정신이상 증세.자살 기도.과도한 음주로 사망.극도의 궁핍…. 서울지법이 15일 "피해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힌 수지 金(본명 김옥분)씨 가족들이 16년 동안 겪은 사연들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金씨의 언니는 1987년 전매청에서 해고당한 뒤 정신이상이 생겨 그해 겨울 숨졌다. 남편은 술로 세월을 보내다 교통사고로 뇌 수술을 받고 폐인처럼 생활하고 있다. 오빠는 '간첩 가족'으로 낙인찍힌 뒤 술로 세월을 보내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네 명의 金씨 여동생도 모두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첫째 여동생은 이웃들의 눈총 때문에 남편과 운영하던 이발소를 닫고 계속된 가정 불화 끝에 이혼했다. 현재 날품팔이를 하며 딸과 함께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홍콩에서 한때 金씨와 함께 지냈다는 이유로 집중 감시를 받았던 둘째 동생은 안기부의 강요로 남편과 이혼한 뒤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셋째.넷째 여동생은 뒤늦게 가족의 내력을 안 시댁의 학대와 이혼을 경험했다. 자녀들은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네 자매는 모두 의욕 상실.노이로제 등의 정신병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판결로 金씨 여동생들은 7억원씩, 조카와 형부 등 6명의 가족은 2억~3억원씩 배상금을 받게 됐다. 이들은 인지 대금도 마련하지 못하는 형편이었으나 한 독지가가 3천만원을 건네 소송을 낼 수 있었다.

◆수지 金 사건=1987년 1월 윤태식씨는 홍콩에서 부인 수지 金씨를 둔기로 때리고 질식시켜 살해했다. 尹씨는 이를 감추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북한으로 월북하려다 발각돼 국가안전기획부로 넘겨졌다.

안기부는 尹씨 말만 믿고 "북한이 부인을 통해 尹씨를 납치하려 했다"고 발표한 뒤 뒤늦게 尹씨에게서 부인을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았으나 이를 감춰왔다.

2001년 11월 金씨 가족의 고소로 서울지검이 재수사해 벤처사업가로 변신한 尹씨를 살인죄로 기소했다. 尹씨는 징역 15년6월형에 처해졌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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