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해보니까 어렵네'..트럼프는 말 바꾸기의 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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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트럼프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트럼프 페이스북]

취임 100일도 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러 주요 이슈에 대해 입장을 바꾸면서 워싱턴 정계는 물론 동맹국들까지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편집위원단 명의로 실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얼마나 많이 어겼는지 일일히 따지기도 힘들 지경"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바꾼 사례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아 시리아 개입 등 주요 이슈에서 기존 입장 번복 #"취임 즉시 철폐" 주장하던 오바마케어엔 "이렇게 복잡할 줄 몰랐다" 변명 #대북정책 대해 "시진핑 말 들어보니 생각보다 해결 어렵더라"며 입장 바꿔 #BBC "대선 후보 시절 내걸었던 단순명쾌 해답이 실제 업무서 안 통해" 지적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바꾸기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는 시리아 폭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시리아 아사드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을 빌미로 시리아 공군기지를 폭격했다.
"아사드 정권의 악랄한 행동이 선을 넘었다"고 경고한 지 하루만의 일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시리아 군사작전을 고려할 때 트위터를 통해 "어리석은 지도자(오바마)야, 시리아를 공격하지 말라"고 밝힌 데 이어 "대통령이 시리아를 공격하려면 우선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리아 공습을 의회 승인 없이 실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중국, 러시아 등을 둘러싼 외교정책도 손바닥 뒤집듯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나토를 "무용지물(obsolete)"이라고 비판하고 러시아에 대해선 "좋은 관계 맺고 싶다.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엔 "나토는 무용지물이 아니다. 테러리즘과 맞서 싸우고 있다"며 나토를 칭찬한 반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역대 최악"이라며 그동안의 입장을 180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대선 기간 연일 공세를 퍼부으며 "취임 첫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7일 미중 정상회담 후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시 주석과 호흡이 아주 잘 맞는다. 그는 아주 똑똑하다"며 찬사를 보냈으며 "중국은 환율조작국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많은 사안에 대해 말을 바꾸는 것은 대선 기간 제시했던 단순명쾌한 해답이 복잡다단한 실제 업무에선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영국 BBC방송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법)를 취임 즉시 폐기하고 더 좋은 건강보험법 '트럼프케어'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취임 1달 뒤인 지난 2월엔 "건강보험이 이렇게 복잡한 건지 몰랐다"며 건강보험법 개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결국 트럼프케어는 지난 3월 공화당 내부 반발에 부딪혀 의회에 안건으로 오르지도 못하고 좌초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시 주석과 회담 뒤 "중국이 북한에 대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시진핑의 말을 10분 들어보니 (중국에게도) 북한 문제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며 북한 문제가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앤더슨 쿠퍼 CNN 앵커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입장이 없고 자신한테 10분 강의를 해주는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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