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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펀드 모처럼 금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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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금은 불안할 때 가치를 드러낸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이기 때문이다. 최근 금값이 치솟으면서 금 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국내외 정세 불안 … 안전 자산 선호 #국내 12개 펀드 중 6개 두자리 수익률 #고공행진 얼마나 더 갈지는 불확실

1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12개 금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 평균(13일 기준)이 7.17%를 기록했다. 그 중 절반인 6개 상품은 수익률이 두자릿 수였다. ‘IBK골드마이닝자2[주식]종류A’가 12.33%로 1개월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IBK골드마이닝자1[주식]종류A’(12.32%), ‘블랙록월드골드자(주식-재간접)(H)(A)’(11.83%),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상장지수(금-파생)(합성 H)’(11.14%) 등이 뒤를 이었다.

금값은 올들어 가파르게 올랐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값은 13일 온스당 1285.9달러로 지난해 11월 4일(온스당 1303.3달러)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들어서만 12.8% 상승했다. 국내 금 가격도 강세다. 한국금거래소에서 14일 기준 금 한 돈(3.75g)은 22만3000원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에 최고다.

연초 금값이 오른 것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 때문이었다. 물가가 오를 때는 가치가 낮아지는 현금 대신 금이 인기를 끈다. 하지만 최근엔 이유가 바뀌었다. 국제 정세 불안 때문이다. 미국이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습한 데 이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국가(IS) 근거지에 초강력 폭탄을 투하하며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북핵 문제를 두고 한반도주변국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시리아와 북한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면서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 쏠림현상이 부각되고 있다”며 “23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불확실성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부채질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선 에마뉘엘 마크롱(중도)과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Frexit·프렉시트)를 공약한 마린 르펜(극우)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역시 프렉시트를 주창한 장뤼크 멜랑숑(극좌)이 무섭게 치고 올라와 불안감은 한층 커졌다.

곳곳에 산재한 불안 요소 때문에 당분간 금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투자자는 금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규모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골드트러스트’의 투자 규모는 842.41톤으로, 이번 주에만 6톤 늘었다. 한국금거래소에선 하루 평균 100개 팔리던 10~100g 미니 골드바가 이달 들어 400개 안팎으로 팔리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각종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는 꾸준할 것”이라며 “2분기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금 관련 상품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달러화가 강세를 띠어 안전자산 대체재인 금 가격은 하락한다.

하지만 금값이 얼마나 오래 오를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최근 스위스 UBS은행은 올해 금 가격 전망을 기존 온스당 1350달러에서 1300달러로 낮춰 잡았다. 1분기 상승 폭이 예상 만큼 크지 않아서다. 저점 매수나 분산 투자가 합리적 대안이란 조언이다. 금값 상승 요인인 물가도 주춤하고 있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 동안 글로벌 경기를 견인해 온 미국 경기가 한 풀 꺾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물가 상승 기대는 전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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