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스모그와 황사, 어느 쪽이 더 독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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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황사가 예보됐지만 오히려 서울 시민들은 이날 모처럼 맑은 하늘을 구경할 수 있었다. 서울 여의도 거리를 걷는 시민들. [중앙포토]

지난 12일 황사가 예보됐지만 오히려서울 시민들은 이날 모처럼 맑은 하늘을 구경할 수 있었다. 서울 여의도 거리를 걷는 시민들. [중앙포토]

 지난 12일 서해안 등지에 옅은 황사가 발생했지만 정작 하늘은 모처럼 스모그도 걷히고 맑았다.
 실제로 이날 하루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당 56㎍(마이크로그램,1㎍=100만분의 1g)으로 평소보다 10㎍ 정도 높았지만, 초미세먼지(PM2.5)는 ㎥당 19㎍으로 평소보다 10㎍ 정도 낮았다. 특히 올 1~3월 서울의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평균 34㎍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작지 않은 차이다.

 황사가 왔는데도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더 낮아진 이유는 뭘까. 황사가 스모그보다 덜 독하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환경보건·기상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Q&A로 정리했다.

봄철 황사가 닥친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가 황사와 미세먼지로 뒤덮혀 있다. [중앙포토]

봄철 황사가 닥친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가 황사와 미세먼지로 뒤덮혀 있다. [중앙포토]

황사가 왔는데, 공기가 깨끗할 수가 있나.
"12일에 발생한 황사는 중국 동부 등 북쪽에서 남한으로 곧장 내려왔다. 그래서 대기오염이 심한 중국 베이징 등을 거치지 않아서 비교적 깨끗했다. 또 옅은 황사로 먼지가 많지 않았고, 바람도 강했다. 스모그를 일으키는 초미세먼지를 흩어놓는 '확산 효과'도 있었던 셈이다. "

지난해 11월 스모그로 뒤덮여 온통 뿌옇게 변한 중국 베이징.[중앙포토]

지난해 11월 스모그로 뒤덮여 온통 뿌옇게 변한 중국 베이징.[중앙포토]

황사가 불면 항상 공기가 깨끗해지나.

-"황사가 어디서 발생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반도의 북서쪽인 몽골이나 네이멍구(내몽고), 중국 서쪽 황토고원 등에서 발생해 베이징 등 중국의 대도시와 공업지대를 거치면 공기 질이 나빠질 수도 있다. 황사 바람에 대기오염물질이 함께 섞여오기 때문이다. 중국 공업지대를 거치지 않더라도 황사 자체가 아주 심하면 공기가 탁할 수밖에 없다."

황사 발원지인 몽골 고비사막. [중앙포토]

황사 발원지인 몽골 고비사막. [중앙포토]

황사와 스모그의 차이는 뭔가.

"황사는 사막이나 황토고원의 모래 먼지가 원인이다. 모래 먼지다 보니 먼지 알갱이가 스모그 때보다 굵다. 스모그는 공장 굴뚝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원인이다. 처음 배출되는 입자도 작지만, 대기 중에서 오염물질이 2차반응을 통해 뭉쳐서 생기기 때문에 훨씬 작다. 황사에서는 미세먼지 중에서 초미세먼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30% 정도로 낮다. 반면 스모그의 경우 초미세먼지 비중이 50~60%나 되고, 심하면 80%까지도 차지한다. 물론 황사가 심하면 초미세먼지 비율은 낮아도 초미세먼지 절대량 자체는 많아진다. 예를 들어, 황사 미세먼지 농도가 400㎍이면 초미세먼지가 20%라고 해도 80㎍이나 된다."

황사, 1급 발암물질 초미세먼지 농도 20% 안팎 #스모그는 초미세먼지가 최대 80%까지 차지해 #황사가 중국 공업지대 안거치면 오염도 낮아 #대도시서 발생하는 스모그는 오염물질 많아 #하지만 짙은 황사는 먼지절대량 많아 위험 #황사나 스모그때 '초미세먼지차단'마스크 필수 #

황사 발원지 몽골고비사막. [중앙포토]

황사 발원지 몽골고비사막. [중앙포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차이는.

"입자 크기의 차이다. 미세먼지(PM10)은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혹은 100만분의 1m)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초미세먼지(PM2.5)는 지름 2.5㎛ 이하의 먼지다.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의 부분집합이다.
알갱이가 큰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걸러지지만, 초미세먼지는 호흡기 깊숙이 들어가 폐까지 도달한다. 폐에서 혈관으로 들어가기도 하는데, 혈관에 쌓이면 심장병·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크기 비교. 머리카락 굵기와 미세먼지(파란색), 초미세먼지(붉은색) [사진 교육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크기 비교. 머리카락 굵기와 미세먼지(파란색), 초미세먼지(붉은색) [사진 교육부]

스모그와 황사의 성분도 차이가 있나.

"황사의 경우 주로 미세먼지이지만 초미세먼지도 섞여 있는데, 이 초미세먼지도 기본적으로는 토양에서 나온 모래 먼지다. 반면 도시나 공장지역의 스모그 속 초미세먼지에는 유해물질과 중금속, 발암물질까지도 들어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이유다. 결국 옅은 황사에 비해서는 스모그가 더 해롭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만 황사가 좋은 것이라고 결코 말할 수는 없다. 특히 짙은 황사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스모그와 황사가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나.

"동시에 나타나기는 어렵다. 스모그는 바람이 없을 때 나타나고, 황사는 바람이 모래를 실어와야 생기기 때문이다. 황사가 중국 공업지역이나 도시를 거치면 스모그 오염믈질을 같이 실어올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울에서 오전에 스모그가 있다가 오후에 바람이 강해지면서 전날 몽골 등지에서 발원했던 황사가 닥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황사가 심한 날은 초미세먼지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이나 KF94가 표기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중앙포토]

황사가 심한 날은 초미세먼지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이나 KF94가 표기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중앙포토]

스모그나 황사 피해를 줄이려면.
"스모그나 황사 때는 운동이나 실외활동을 피하는 게 좋다. 외출해야 할 경우에는 초미세먼지까지 걸러낼 수 있는 '황사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외출 후에 실내로 들어올 때애는 옷이나 신발 등에 쌓인 먼지를 털고 들어와야 한다. 또 손을 자주 씻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

황사나 스모그 때 창문을 꼭꼭 닫아놓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물질은 미세먼지 말고도 많다. 사람들이 호흡하는 이산화탄소, 가스렌지 등을 사용했을 때 나오는 질소산화물, 벽지 등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 등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제일 좋은 방법은 일정 시간마다 잠깐씩 환기를 하고, 창문을 닫은 후에는 공기정화기로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도움말 주신분: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이종태 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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