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2차 공판에서 삼성 측이 지난해 8월 이후에도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 왔음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서류 증거들을 공개했다.
특검, 이재용 재판서 안종범 메모 공개 #‘VIP 삼성:명마 관리비 임대’ 적혀 #최순실, 삼성 지원금 더 받으려고 #코치·트레이너 수 부풀린 정황도
특검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난해 9월 24일자 업무수첩과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자필 메모, 황성수(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 전 삼성전자 전무의 진술조서 등을 차례로 꺼냈다. ‘VIP 삼성:명마 관리비 임대’라고 적힌 안 전 수석의 이날 메모에 대해 특검팀은 “대통령도 자신의 요구로 삼성그룹이 정씨에게 승마비를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일부 보도가 나오자 ‘삼성이 정씨에게 사 준 말을 마치 임대한 것처럼 하라’는 지시를 안 전 수석에게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지난해 8월 이후에는 정씨를 지원한 바가 없기 때문에 지원방식을 변경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특검팀은 삼성과 대통령 사이에 특별한 접촉이 있어 지원방식이 바뀐 것처럼 말하는데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이 이 메모를 남긴 날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가 독일로 최순실씨를 찾아가 대책 마련 회의를 연 사실도 공개했다. 특검팀이 공개한 증거에 따르면 이날 박 전 사장은 ‘야당 공세. 이번엔 OK’ ‘정권 교체 시 검찰 수사 가능성’ ‘NGO 고발 시 검찰 수사 개시’ 등의 메모를 남겼다. 이 메모에 대해 황 전 전무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더라도 이번엔 운 좋게 넘어가겠지만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 같다”고 진술했다.
이날 법정에선 최씨가 삼성 측으로부터 지원받기 위해 승마 운영비 등을 허위로 꾸며 낸 정황도 드러났다. 황 전 전무가 조사받을 당시 특검팀이 제시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의 검찰 조서에 따르면 노씨는 “운영비 청구서에 코치와 트레이너, 매니저가 각각 2명씩인 것처럼 돼 있지만 코치만 1명 있었고 나머지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말 관리사로는 정씨와 사실혼 관계인 신모씨 등 4명이 등록돼 있는데 신씨는 정씨가 기르는 개 11마리와 고양이 3마리만 관리하고 말 관리는 할 줄 모른다”고 진술했다. 노씨는 “최씨가 신씨에게 용돈을 챙겨 주기 위해 포함시킨 것이다. 또 다른 말 관리인 중 1명은 신씨의 친구인데 말 먹이나 주고 말똥 치우는 걸 거들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선미·송승환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