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복' 입고 성균관 찾은 문재인에게 '고성'이 나온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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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3일 서울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열린 김영근 성균관장 취임식에 참석해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3일 서울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열린 김영근 성균관장 취임식에 참석해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수'가 '고함'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3일 서울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열린 김영근 성균관장 취임식에 참석했다가 축사 순서 때문에 참가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문재인, 13일 성균관장 취임식에 '유림복' 입고 참석 #처음 인사할 때는 '박수'...일정 문제로 축사 일찍 하자 '소란' #취임사 뒤로 축사 미뤘지만 "국회의장부터 축사하라" 고함

대선 후보 중에선 유일하게 유교 행사에 참석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긴 것이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취임식이 시작될 때 두루마기·유건 등 '유림복'을 입고 김 성균관장,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 입장했다.

유교식 복장을 갖춰 입은 문 후보가 사회자의 소개에 따라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뒤에 앉은 일부 참석자들은 문 후보를 보기 위해 일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문 후보가 성균관장 취임사에 앞서 축사를 하려고 단상에 올라서면서 장내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문 후보 측이 2시 40분으로 예정된 세월호 관련 일정(광화문광장)이 촉박해 성균관에 먼저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60~70대가 대부분인 참석자들은 당초 식순에 적힌 대로 취임사를 먼저 하고 축사를 해야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몇몇은 "축사하지 말고 가" "그냥 가" "취임사보다 축사를 어떻게 먼저 하냐"는 격한 항의를 쏟아냈다. 다른 참석자들과 성균관 관계자들이 "손님한테 그러지 마세요"라며 자제시켰지만, 되레 삿대질하는 이도 나왔다.

그러자 문 후보는 "제가 아무리 바빠도 관장님 취임사를 먼저 듣고 하는 게 도리인 것 같다"면서 인사를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고, 김 관장이 먼저 취임사를 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3일 서울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열린 김영근 성균관장 취임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오종택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3일 서울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열린 김영근 성균관장 취임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김 관장의 취임사가 끝나고 다시 문 후보가 축사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그러자 이번에는 "국회의장부터 해" "순서를 지켜라"는 고함이 쏟아졌다.

이에 "그만 해요"라며 따지는 참석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소란이 이어지자 정 국회의장이 직접 일어나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참석자 10~20명은 문 후보의 축사를 듣지 않고 자리를 뜨기도 했다. 참석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축사 내용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2시50분께 축사를 마친 문 후보는 입장시 들어왔던 가운데 통로 대신 단상 옆의 작은 문으로 빠져 나갔다.

  한편 이날 축사에서 문 후보는 유교 정신을 강조하며 '유림 표심' 잡기에 나섰다. 문 후보는 "광화문 광장을 밝힌 촛불에는 '인'(仁)과 '예'(禮)가 가득했다. 저는 국민이 가진 유구한 유교 정신을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치가 제 노릇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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