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긴급 전화통화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오전 전화통화를 했다. 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얼굴을 맞대고 첫 정상회담을 한 지 나흘 만이다.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와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전언에 따르면 통화의 주요 화제는 한반도 문제였다. 그만큼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다는 인식을 두 정상이 같이 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선 두 정상이 통화를 하며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음을 과시한 것 자체가 북한에 대해서는 추가 도발 시도를 멈추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에선 여전히 입장 차이가 읽힌다. 더구나 중국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등 추가 도발 뿐 아니라 미국의 군사행동과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선 이날 통화는 시 주석이 먼저 전화를 걸어 이뤄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두 정상의 통화 사실은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함으로써 알려진 정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루 대변인은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밝혀 단순한 인사치레의 통화가 아닌 전화회담 수준의 통화였음을 시사했다.

북한문제 논의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 평화ㆍ안정 유지를 견지하는 한편 평화적인 방법으로의 문제 해결을 원한다”며 “미국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지속해서 소통하고 협조해 나가기를 원한다고”고 말했다. 통화 사실을 보도하며 이런 내용을 강조한 데서 트럼프의 군사행동 선택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루 대변인의 발언도 비슷했다. 그는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 ^한반도 평화 안정 유지 ^평화적 방식을 통해 문제 해결이란 입장을 견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이같은 점은 미국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역시 방점은 평화적 방식에 있는 셈이다. 루 대변인은 또 “미국이 북한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삼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의 답변은 “(전화 통화를 통해) 중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거나 새로운 제안을 했나”는 미국 매체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왔다. 두 정상이 정상회담과 전화 통화를 통해 군사적 옵션을 비롯한 초강력 대북 접근방식에 합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일축한 셈이다.

결국 시 주석은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미국의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항로 변경에 대해서도 동시에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이날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밤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독자적 행동을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힌 데 대한 시 주석의 답변으로도 볼 수 있다. 11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한 행사장에서 마주친 외신기자들에게 작심한 듯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찬성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도 중국ㆍ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핵 잠수함 한반도 배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트럼프는 12일(현지시간) 아침 폭스비즈니스TV와의 인터뷰에서 “그(김정은)는 큰 실수를 하고 있다”며 “우리는 매우 강력한 함대(Armada)를 (한반도 해역에) 보내고 있으며 항공모함(칼빈슨함)보다 훨씬 더 강력한 잠수함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선 미국의 대표적 전략무기로 광범위한 파괴력을 갖춘 콜럼버스함(SSN762)과 같은 핵추진 잠수함을 한반도 인근에 배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트럼프가 이날 오전 트위터에 올린 “중국이 돕지 않으면 미국이 (북한 문제를) 독자 해결할 것”이라고 말한 의미에 대해 “그(트럼프)가 지난주 시리아에 보여준 것처럼 미국의 입장을 명확히 내보이기 위해 단호하고 (북한의 도발에) 비례적인(proportional) 행동을 할 것이란 뜻”이라 풀이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밖에다 미리 자신의 대응이 무엇인지 알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며 그는 지금 자신의 카드를 조끼 속에 감추고 있다”고도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 발언치고는 매우 직설적이다. 북한이 또다시 도발하면 시리아에 했던 것처럼 즉각적인 군사적 행동으로 맞대응할 것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베이징ㆍ워싱턴=예영준ㆍ김현기 특파원 yyju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