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안 잡히네…3월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폭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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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2월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등 가계 빚 줄이기에 나섰지만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13조906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새 2조9308억원이 증가했다. 가계대출 월 증가액은 지난해 11월 8조7548억원까지 치솟았다가 두 달 뒤인 올 1월 691억원까지 줄어들며 제동이 걸린 듯했다. 하지만 2월부터 다시 3조원 가까운 증가 폭을 보이면서 두 달간 6조원가량이 늘었다.

 가계 빚의 4분의 3 이상은 주택담보대출이다. 봄철 이사 수요로 2월부터 증가 규모가 커지고 있다. 3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38조4714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5986억원 늘었다. 지난 2월 증가분은 이보다 5000억원가량 적은 2조1304억원이었다.

 기존에 발생했던 중도금 대출이 시차를 두고 꾸준히 취급되는 상황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도금 대출 신규 취급을 대폭 줄이며 관리에 나섰지만 분양시장이 활황이던 2015년 말~2016년 초 대량으로 집단대출이 나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미 분양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이 꾸준히 취급 중”이라고 전했다.

 마이너스 통장 등 주택담보대출를 제외한 은행 기타 가계대출 증가 폭은 3월 한 달간 3000억원으로 2월(8000억원)보다 줄었다. 3월 말 기준 174조6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24.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출 조이기 압박 강화에 나섰다. 가계 대출에 대한 직간접 규제 강화에도 좀처럼 증가세가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금감원은 올 1분기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금융사들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진행 중이다.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는 유일하게 가계대출이 7500억원 이상 늘어난 우리은행이 대상에 올랐다. 같은 기간 다른 대형 은행들이 가계 대출을 각각 1조원 이상씩 줄였는데도 공격적으로 가계 대출을 늘린 이유 등을 집중 조사한다.

빚을 제 때 갚지 못하고 연체하는 취약차주에 대한 관리 감독도 시작된다. 미국이 올들어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시장금리가 상승 국면에 접어든만큼 커지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연체이자율 산정 체계 공시방안 등을 담은 연체차주 보호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3월 한 달 간 2조6000억원 증가 #2월 증가폭(2조1000억원)보다 커 #신용대출 등은 2월보다 증가폭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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