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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자연 수놓은 그릇, 눈도 즐거운 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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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눈길 끄는 식기류

올해 유행 컬러인 ‘그리너리’ 식기와 건강한 식재료, 초록 식물로 싱그럽게 꾸민 식탁.

올해 유행 컬러인 ‘그리너리’ 식기와 건강한 식재료, 초록 식물로 싱그럽게 꾸민 식탁.

봄의 싱그러움을 가득 담은 초록빛 접시와 세련된 디자인에 실용성까지 갖춘 식기들. 봄을 맞아 화사하게 단장한 주방용품 매장은 살림 초보부터 주부 9단까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올봄 식탁은 어떤 그릇으로 채우는 게 좋을까. 식기류 트렌드와 연출법을 살펴봤다. 


혼자 사는 직장인 김재일(35)씨는 요리가 취미다. 퇴근 후나 주말이면 외식 대신 집에서 밥을 차려 먹는다. 혼자 먹는 밥이지만 음식에 어울리는 그릇을 고르고 예쁘게 담아낸다. 테이블 매트나 수저·젓가락도 신경써서 고른다. 상을 차리면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혼밥(혼자 먹는 밥)’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란 해시태그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나무·물결·꽃잎 모양 디자인 #초록색·흙색·하늘색 유행 #디자이너와 협업 제품 인기

혼밥족 증가로 뜨는 식기류 시장

최근 ‘혼밥’ ‘요섹남’ 등이 SNS에서 인기 키워드다. 간편식을 데워 혼자 먹더라도 예쁜 그릇에 옮겨 담거나 요리하는 과정과 직접 만든 음식을 접시에 맛깔스럽게 담아낸 ‘인증샷’이 넘쳐난다.

개인의 개성과 행복을 중요시하는 ‘취향 소비’ 시대, 매일 먹는 음식과 함께 식탁에 오르는 그릇도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식기류와 각종 주방용품 등 관련 업계가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나섰다. 유통업체는 모든 브랜드 제품을 한눈에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매장을 편집숍 형태로 꾸미거나 값비싼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직수입해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2월 강남점을 리모델링하면서 테이블웨어 매장을 편집숍 형태로 재구성했다. 리모델링 이후 테이블웨어와 키친웨어 매장의 매출은 지난해 2월 이후 각각 7.3%, 4% 올랐다. 올 1분기만 해도 테이블웨어 25%, 키친웨어 14%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해외 브랜드도 한국의 식문화에 맞춘 한식기 세트를 내놓고 있다. 핀란드 브랜드 이딸라는 한국 고유의 식문화를 반영한 밥그릇, 국그릇, 세 가지 크기의 찬기, 뚜껑이 있는 볼 등 우리 식탁에 꼭 필요한 그릇 위주로 구성된 ‘떼에마 띠미’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영국 브랜드 덴비는 2012년에 한국식 밥·국 그릇을 내놓은 뒤 밥공기, 국공기, 찬기 등 한국에서 영감을 받은 21종의 제품을 추가로 내놓았다.

수요층도 넓어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40~50대 주부가 주 소비층이었다. 최근엔 집에서 밥을 해먹을 때도 스타일을 찾는 20~30대 1~2인 가구와 남성 소비자도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발맞춘 1인용 세트, 개별 아이템으로 맞춤형 세트를 구성할 수 있는 제품, 낱개로 판매하는 제품 등이 늘고 있다. 인기 캐릭터나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식기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도자기는 3~4인용 세트가 기본이던 그릇 세트와 달리 20~30대 집밥족을 노린 1~2인용 홈세트 ‘피딕스 보헤미안 우드랜드’를 선보였다. 공기와 대접 각 1개에 접시 2개와 머그잔으로 구성해 혼자서도 잘 차린 밥상을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광주요는 1인 식단 구성에 편리한 ‘한결 삼단 나눔접시’를 출시했다. 모던한 형태의 직사각 접시를 세 칸으로 분리해 반찬은 물론 소스 및 견과류, 과일 등의 디저트를 다양하게 담을 수 있다.

올봄엔 화사한 색상의 그릇부터 올해 유행 컬러인 ‘그리너리(Greenery)’ 톤의 식기류가 속속 나오고 있다. 기존 디자인에서 산뜻한 색이 추가되거나 평범한 식기 대신 독특한 모양이나 패턴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프랑스 브랜드 르크루제는 벚꽃이 그려진 ‘르크루제 체리블라썸 리미티드 에디션’을 한정 판매하고 있다. 싱그러운 화이트와 핑크 바탕에 화사한 벚꽃 패턴이 그려져 기존 단색 위주의 제품과 차별화했다.

한국도자기는 산뜻한 파스텔 톤과 골드가 조화를 이루는 ‘로얄 애플 그린’ ‘로얄 페일 블루’ 찻잔 세트를 신제품으로 내놨다. 세련된 느낌이 돋보이는 연둣빛과 하늘빛 색상이 클래식한 디자인과 어우러져 우아한 홈카페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월드키친의 디너웨어 브랜드 코렐은 ‘마켓 스트리트 뉴욕’을 출시하면서 ‘블루밍 블루’ ‘스카이 가든’ ‘피오니 부케’ 등 꽃을 모티브로 한 패턴을 담았다. 이 브랜드는 플라워 아티스트, 푸드 디렉터, 인테리어 디렉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코렐프렌즈’로 선정해 자연스럽고 트렌디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자연스러운 테이블텔링’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수공예 도자브랜드 이도는 곡선과 자연미가 살아 있는 ‘소호 물결면기’ ‘윤빛 꽃잎면기’ ‘청연 주름볼’ 등을 내놓았다. 이도포터리 가회본점 이화수 점장은 “자연을 식탁에 담고자 하는 소비 트렌드의 영향으로 나무·물결·꽃잎 등의 형태로 디자인된 그릇과 흙의 색, 하늘빛 등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릇·식재료 색 어울리면 맛 더해

새봄을 맞아 낡은 식기 대신 초록빛을 머금은 그릇으로 상을 차려보는 건 어떨까. 녹색 계열의 그릇은 흰색 식기류와 믹스매치하면 좋다. 크기가 다른 원형 접시를 겹쳐 놓거나 같은 모양의 접시를 놓더라도 공기 위에 접시를 올려 높낮이를 달리해 주면 식탁에 리듬감을 줄 수 있다. 김소연 한국도자기 디자인실장은 “봄 식탁엔 녹색·연두색 등이 포인트로 들어간 제품이 어울린다”며 “공기나 종지 같은 오목한 그릇은 바깥쪽이 녹색, 안쪽은 흰색인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식재료를 고를 때에도 그릇과의 조화를 고려해 보자. 아보카도나 아스파라거스·그린빈 같은 녹색 채소를 사용하면 산뜻하면서도 건강한 식탁이 완성된다. 문희정 푸드디렉터는 “파스타면도 녹색이 섞인 면을 사용하거나 붉은 토마토 대신 그린 토마토를 사용하는 등 튀지 않는 색감의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글=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박건상, 촬영 협조= 한국월드키친 코렐·보타니크, 문희정 푸드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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